공사를 마치고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악성 미분양’ 주택이 전국 2만7013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연이은 미분양 대책에도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계속 증가해 12년 만의 최대를 기록했다. 향후 주택 공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선 인허가와 착공, 분양, 준공 등 모든 지표가 크게 감소하며 지역 건설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최근 환매조건부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2만7013가구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4월(2만6422가구) 대비 591가구(2.2%) 증가한 수치다. 준공 후 미분양이 2만7000가구를 넘기면서 2013년 6월(2만7194가구) 이후 11년 11개월 만의 최대를 기록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의 재무 부담으로 직결돼 지역 건설시장 악화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여겨진다. 지역별로 수도권 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4616가구로 지난 4월 대비 2.0% 증가했다. 인천은 1588가구로 전달 대비 2.8% 감소했지만, 서울은 692가구로 한 달 새 7.1% 증가했다. 경기 역시 91가구 늘어난 2336가구를 기록했다.
비수도권에선 2.3% 늘어나며 2만2397가구를 기록했다. 전북이 1049가구를 기록하며 한 달 새 42.3% 급증했고, 뒤를 이어 광주(20.1%)와 부산(5.4%)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충남(-4.2%)과 울산(-3.0%)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다소 감소했다.
전체 미분양 물량은 지난달 6만6678가구를 기록해 4월(6만7793가구) 대비 1.6% 줄었다. 그러나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3.8%)과 비수도권(-1.0%) 사이 온도 차가 컸다. 오히려 부산(15.1%)과 경남(12.7%)은 미분양 주택이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 5월 기준 989가구로 한달 새 46가구 늘어나 1000가구에 육박했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분양가의 50% 가격에 환매조건부로 매입하는 1만 가구 규모의 ‘미분양 안심 환매’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그러나 정작 대책을 받아든 지방 건설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어려운 건설경기 속에서 매입 단가가 너무 낮은 데다가 준공 후 1년 내 환매해야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 지역 중견 건설사 대표는 “지방 건설경기가 거의 죽다시피 한 상황에서 50% 가격으로 일시 매입을 해봐야 일시적인 자금 융통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경기 악화로 지방의 주택 공급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5월 기준 누적 주택 인허가 실적은 6만167가구로 지난해(5만1263가구) 대비 17.4% 증가했다. 그러나 대부분 증가 물량이 서울에 몰리면서 서울의 증가폭은 83.6%를 기록했다. 반면, 비수도권의 5월 누적 인허가 실적은 5만271가구로 지난해(7만4711가구)보다 32.7% 급감했다.
착공 실적 역시 전국 4만521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3350가구) 대비 28.6% 감소했다. 서울의 누적 실적은 지난해보다 11.1%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비수도권의 실적은 32.7% 줄어들었다. 분양 역시 같은 기간 서울이 7.7% 감소할 때 비수도권에선 61.0% 줄었다. 준공 실적은 서울이 5월 누적 2만244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0% 증가했다. 반면, 지방에선 같은 기간 10만6637가구에서 8만6573가구로 18.8% 급감했다.
업계에선 수도권에 대한 주택 관련 대출 규제와 함께 지방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완화와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세·보유세 경감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 건설사의 재정 지원을 위한 미분양 매입 역시 매입 단가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차 추경예산안 분석보고서를 통해 “분양가 상승 등 요인을 고려하면 가구당 평균 매입가격 2억4400만원이 현실적 수준이 아니다”라며 매입 가격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