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당시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가 인수를 제안한 것도 이쯤이었다. 1980년대 155㎜ 자주포(K-9 계열)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삼성테크윈을 종합 방산 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었다. 10년 전 꿨던 한화의 꿈은 현재 상당 부분 현실화하고 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 후 빠르게 사업을 재편했다. K-9 자주포 등 지상 무기를 다루는 사업군을 묶어 한화지상방산과 발전기 등 전력 개통 중심인 한화파워시스템, 반도체 장비 등을 만드는 한화정밀기계 등으로 나눴다.
한화지상방산이 주축이 돼 2022년 설립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한화는 투자와 인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2014년 78억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7319억원으로 200배 이상 불었고, 3조6000억원 수준이던 자산은 22조8000억원으로 커졌다.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생산 제품도 크게 늘었다. 인수전 주력 제품은 K-9 자주포와 천무, 추진 장약 등이었지만 이후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시스템(L-SAM)의 유도탄과 발사대, 레드백 장갑차, 항공엔진, 우주발사체 등을 추가했다. 이 중 레드백은 2023년 호주에 129대 등을 공급하는 3조1649억원 규모의 첫 수출 성과로 이어졌다. 지금은 폴란드 루마니아 등에서도 수출이 기대되고 있다. 기존 제품인 K-9 자주포와 천무 등은 유럽과 중동에서 러브콜이 이어지며 4~5년 치 일감을 받아놨다.
이런 시도가 쌓이며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출은 4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내수(4조원)를 넘어섰다. 수익성이 높은 수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방산업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15.4%까지 높아졌다.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시작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이 잇달아 발발하며 동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병력을 키우려는 수요가 증가하며 대외 경영 환경이 개선된 것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과 유럽 경쟁사보다 납기가 빠르고 가격이 싼 경쟁력이 빛을 발했다. 이 같은 성과가 쌓이면서 최근 미국 국방 전문지 디펜스뉴스가 발표한 ‘2024년 세계 100대 방산 기업’에서 한화그룹은 처음으로 10위권(19위)에 포함됐다. 2014년 53위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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