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급 유리섬유인 ‘T-글래스’를 독점하고 있는 일본 니토보세키가 인공지능(AI) 밸류체인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AMD 등 빅테크 기업들이 물량 공급을 직접 요청할 정도로 T-글래스 품귀가 극심해지고 있어서다.
30일 니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엔비디아, AMD, MS 고위 임원은 지난 1년간 니토보세키 일본 본사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T-글래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종 주문자인 빅테크가 협력사나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반도체 소재 확보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T-글래스는 TSMC의 최첨단 패키징 과정에서 기판이 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특성 때문에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대만 타이완글래스가 T-글래스 개발에 성공하긴 했으나, 아직 대량 생산에 나서지 못해 니토보세키가 물량의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다.
대만 현지언론에 따르면 엔비디아 경영진은 타이베이 난징로드에 있는 타이완글래스 본사를 며칠에 한 번씩 방문하며 생산 확대를 호소하고 있다. T-글래스는 일본에서 제작되는 특수 용광로를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토보세키는 협력 단계로 보면 엔비디아의 4차 협력사쯤 된다. 니토보세키는 T-글래스를 동박적층판(CCL) 업체에 납품하고, CCL는 반도체 기판 업체를 통해 TSMC에 공급된다.
니토보세키는 800억엔(약 7500억원)을 투자해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두배로 확대하는 계획 세웠다. 다만 대규모 증설 계획을 세우지 않아 품귀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들도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상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니토보세키는 지난해 매출 1090억엔(1조원), 영업이익 164억엔(약 1500억원)을 올린 중견 기업이다. 일본 증시에 종목코드 3110으로 상장돼 있고, 시가총액은 2361억엔(약 2조2000억원이다)이다. T-글래스 품귀가 부각되면서 주가는 한 달 사이 2배가량 급등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