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서 움츠러들기는 국내 1위 LG에너지솔루션도 마찬가지다. 2018년 완공한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을 90GWh로 확충했지만, 지난해부터 추가 투자를 멈춘 탓에 여전히 구식 라인을 돌리고 있다. SK온 역시 2020~2022년 헝가리 코마롬에 세운 1, 2공장 업그레이드를 뒤로 미뤘다. 이반처 공장 옆에 30GWh짜리 2공장 부지를 마련했지만, 아직 투자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 배터리 3사와 맺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CATL 등 중국 업체의 최신 생산라인으로 갈아타고 있다. 2년 전 100%에 가까웠던 배터리 3사의 유럽 공장 평균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다. 올 1분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9% 늘었지만, 국내 배터리 3사의 유럽 매출은 감소했다.
업계에선 배터리 투자금액에 대한 직접 환급제 도입과 배터리 펀드 조성 등을 요구한다. 직접 환급제는 투자금액에 비례해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는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만 법인세를 깎아주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적자로 인해 법인세를 내지 않는 SK온은 아무리 많이 투자해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직접 환급제가 도입됐다면 국내 배터리사들은 지난 3년간 1조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정부·민간 합작 펀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유럽과 중국은 정부·민간이 공동 투자해 공동 수익을 기대하는 펀드를 운용한다.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는 ‘비상식량’을 건네면 훗날 큰 수익을 안겨줄 산업이란 점에서 투자 수요가 있을 것으로 배터리업계는 예상한다.
부다페스트=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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