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보험 기금은 크게 ‘실업급여 계정’과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계정’으로 나뉜다. 이 중 실업급여 계정은 구직급여, 조기재취업수당, 출산 전후 휴가급여, 육아휴직 급여 항목 등으로 구성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고용보험 실업급여 계정에 남아 있는 적립금은 3조5083억원이다.
하지만 이는 고용부가 공자기금에서 빌린 돈 7조7208억원을 포함한 수치다. 이를 제외하면 이미 4조1267억원 적자다. 고용부는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0조6581억원을 예수금으로 빌렸고 이 중 2조9373억원만 상환하는 데 그쳤다.
건설업·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실업급여 지출 규모는 15조173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정부가 실업급여 예산으로 편성한 10조9171억원 중 지난 5월까지 이미 절반(5조3663억원)을 소진해 역대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고용부는 국정기획위에 “추가 조치 없이는 실업급여 지급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했다.
출산휴가수당·육아휴직수당 등 모성보호 정책 확대도 고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모성보호 예산은 올해보다 1조5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부는 지불하는 고용보험료에 비해 실업급여를 많이 타가는 사업장에 고용보험료를 할증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종 공약을 이행하려면 보험료율 인상과 실업급여 체질 개선 등 근본적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단기 근무를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계속 타가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수급하는 부정·반복 수급을 근절해야 보험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2022년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를 이유로 보험료율을 1.6%에서 1.8%로 인상한 바 있어 국민적 저항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급여 지급액 조정과 반복 수급 제한 등 실업급여 제도 개선도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금 확충 방안과 연계되지 않은 고용보험 정책은 혈세 투입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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