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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화백이 그린 정중동의 미학, 세계 홀리다

입력 2025-07-01 17:14   수정 2025-07-02 09:15


이강소 작가(82)의 작품에는 정중동(靜中動)의 에너지가 있다. 새가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기 직전, 찰나의 고요 속에 긴장과 힘을 가득 품은 그 순간. 지금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는 개인전은 이런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다. 이 전시는 오는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개인전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지금 작가는 국내 무대를 박차고 세계 무대를 향해 날아오르는 전환점을 지나는 중이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70년대부터 활동해온 이강소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유행에 얽매이지 않고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창적 작품세계를 쌓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의 이름이 바다 바깥에 알려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열린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형 개인전 ‘풍래수면시’가 그의 해외 인지도를 확 높인 계기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형 전시에 이은 글로벌 화랑과의 전속계약, 그 후 해외 전시는 작가들의 ‘성공 방정식’이다. 이 작가도 그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9월 그는 오스트리아 기반의 글로벌 화랑 타데우스 로팍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안젤름 키퍼, 게오르크 바젤리츠 등 미술사 거장들이 소속된 갤러리다.

이번 전시는 타데우스 로팍이 주최하는 이강소의 첫 전시. 출품작은 특유의 그리다 만 듯한 선으로 완성한 회화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기운생동(氣韻生動)’, 즉 멈춰 있는 그림이지만 생명력과 활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에너지다. 작가는 “적당히 ‘어벙’하게 덜 그려서 보는 사람의 상상으로 완성하게 만든 그림”이라고 말했다. ‘여백의 미’처럼 감상자의 상상력을 끌어내는 동양화적 발상이다.


하지만 그의 작업에서 고리타분함은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 색색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수묵화의 깊이와 서양화의 생동감을 동시에 살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의 작품에서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결합한다. 타데우스 로팍 측도 그 매력에 반했다. 황규진 디렉터는 “화랑 대표인 타데우스 로팍이 이 작가의 작품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 영입을 추진했고, 파리 전시 일정까지 급하게 잡았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는 그의 조각과 설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회화와 마찬가지로 그의 조각 역시 만들다 만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점토 덩어리를 공중에 던진 뒤 그대로 떨어진 모양을 기반으로 완성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다.


이처럼 그가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모든 것은 변하고, 인간과 자연을 비롯한 우주 만물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세상 만물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이강소 작품세계의 핵심 철학. 전시 제목을 ‘연하(煙霞)로 집을 삼고 풍월(風月)로 벗을 사마’(안개와 노을로 집을 삼고 바람과 달로 벗을 삼다)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퇴계 이황이 지은 ‘도산십이곡’ 제2곡의 한 문장으로,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의 진정한 전성기는 80대에 시작됐다. 9월 파리에서 여는 전시에서 그는 50년 전(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행위예술을 다시 재연한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는 대구미술관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 작가는 “앞으로도 할 게 참 많다”며 웃었다. 전시는 8월 2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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