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을 마치고 5년간 촉탁직으로 근무한 뒤 1월부터 쉬고 있는데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국내 한 공기업에서 퇴직한 방종열 씨(66)는 1일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2025’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건물 경비, 주차 관리 같은 단순 직무가 아닌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며 평소 관심 있던 기업 부스 세 곳에서 취업 상담을 신청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주관하는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는 방씨처럼 취업 정보에 목마른 중장년층이 대거 몰리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전 10시 개장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점심시간에도 인파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임시·단기직 일자리를 뜻하는 ‘긱워커존’에는 면접관, 시험감독, 외부 면접위원 등 쏠쏠한 ‘아르바이트’를 찾는 이들이 개장 1시간 만에 30~40명가량 몰렸다. 조소진 인크루트 뉴워커랩스팀 파트장은 “4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까지 퇴직 교사나 금융권 출신 전직자들이 우리 부스를 찾았다”며 “평소에도 하루 두세 건씩 구인 요청이 들어오는데 업무 환경이 나쁘지 않아 인기가 높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백윤정 씨(57)는 “요즘은 하나의 직업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라며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고령자도 부담 없이 노동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관련 분야 경력자들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긱워커, 헤드헌팅 등 유연한 고용이 가능한 기업들의 부스 6곳이 처음으로 차려졌다”고 했다.
시는 이번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오는 9월까지 시내 5개 권역(남·중·동·북·서부)별로 중장년 채용박람회를 순차적으로 열 예정이다. 강명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는 “올해 박람회를 통한 채용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구인·구직 시스템을 도입해 중장년층이 손쉽게 새로운 도전에 나설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장년층을 위한 유연근로 제도, 파트타임 채용 확대 등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기업들도 중장년 채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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