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료재료 수가는 수가를 공개하는 프랑스 일본 대만 호주 등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한 외국계 의료기기회사 임원은 “한국에서 책정된 가격은 다른 나라 가격에 기준이 된다”며 “이 때문에 외국 회사들이 가급적 한국에 진출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치료재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가와 인건비는 꾸준히 상승하는데 한국은 ‘치료재료 상한제’에 묶여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인공심폐기용 캐뉼러는 2000년, 뇌척수액용 밸브는 2004년 이후 상한 금액이 변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의료기기 가격의 상한을 정해 통제하기 시작한 2002년보다 2025년 6월 기준으로 가격이 떨어진 제품도 많다. 유린백(소변백)은 2002년 1380원에서 올 6월 기준 1290원으로 하락했다. 목에 구멍을 내서 넣는 호흡용 관은 4만4220원에서 2만8560원으로 35.4% 내려갔다. 골절 시 깁스를 할 때 쓰이는 합성수지 스프린트 일부 제품도 2만원대에서 1만원대로 떨어졌다. 이영규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이사장은 “2002년 대비 제조원가와 인건비, 재료비 등이 모두 다섯 배가량 올랐는데도 공급 가격이 되레 낮아졌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사회주의적인 시스템 탓에 의료기기업계가 신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 치료재료는 수가를 20%가량 높여주는 가치평가제도가 마련돼 있긴 하지만 이 제도의 혜택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심평원이 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3건 신청해 26건 인정된 가치평가제도 실적은 2023년 12건 신청 중 5건 인정, 지난해 9건 신청 중 5건 인정으로 쪼그라들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기업계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엔 건보 재정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와 의료기기업계는 신기술이 적용된 기기는 건보 비급여 대상으로라도 지정해 환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백 의원은 “건보 제도가 재정 건전성에 초점이 맞춰져 과도하게 기준이 높다”며 “국민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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