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말께 조현동 주미대사와 박철희 주일대사 등에게 2주일가량의 기한을 주고 귀국을 지시했다. 이도훈 주러시아대사와 황준국 주유엔대사, 문승현 주프랑스대사, 윤여철 주영국대사 등도 귀국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귀국한 정재호 전 주중대사를 포함해 주요국 대사가 모두 교체되는 셈이다.
주요국 대사들은 대부분 현직 직업외교관이 아니라 정치인·교수 출신이거나 퇴임한 전직 외교관인 특임공관장이다. 현직 외교관이 아닌 인사 중 대통령이 발탁했다는 의미다. 특임공관장은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 교체되는 게 관례다. 외교부 당국자는 “새 정부 출범 후 재외공관장에 대한 재신임 절차를 거치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라고 밝혔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 때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모든 재외 공관장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하게 하는 방식으로 재신임 절차를 거쳤다. 이번엔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사 이임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 외교부 장관 취임 직후 곧바로 주요국 대사 인사가 발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공관장은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에 시일이 소요되는 관계로 공관은 당분간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의 하반기 정기 인사 시기와 맞물리면서 정년 퇴임을 앞뒀거나 정년을 넘긴 공관장도 대거 귀국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년이 지난 일부 공관장은 이미 한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 후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뤄진 상반기 인사 폭이 작았기 때문에 하반기 인사에서 대대적인 공관장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외교부 실장급 인사를 제치고 국장급인 박윤주 주아세안대표부 공사(55)를 1차관에, 외부 출신 김진아 한국외국어대 교수(46)를 2차관에 임명했다. 외교부는 대사관, 영사관, 대표부 등 총 171개의 재외공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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