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아 전봇대 때려박고 그 자리에서 즉사해라."
기자일은 고달프다. 상대하는 취재원·데스크는 까칠하다. 독자들 일부는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욕설이 담긴 이메일도 수시로 들어온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그 고단함이 한층 커졌다고 토로한다. 지난달 24일 대통령실이 브리핑 생중계를 시작한 후부터다. 질문하는 출입기자들의 이름·얼굴이 공개되면서 여권 지지자들의 공세를 받는 사례가 늘었다.
긍정적 측면도 많다.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에 의존하던 보도 방식이 줄었다. 그만큼 정부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전달됐다. 정부는 이 같은 브리핑 생중계를 다른 부처로 넓혀나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서울정부청사 3층 합동브리핑실에 생중계용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앞으로 합동브리핑실에서 진행된 정부 브리핑 상당수는 생중계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에서 시작된 브리핑 생중계 방식이 전 부처로 확산되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각 부처는 그동안 주요 정책·현안이 있을 때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정책·현안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대통령실 브리핑 기사는 그동안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식으로 나갔다. 하지만 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실 생중계를 진행하면서 브리퍼가 투명하게 공개됐다. 미국 백악관처럼 대변인과 기자를 쌍방으로 생중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긍정적 효과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익명 발언으로 정책 방향·입장을 전달하면 발언의 진위를 놓고 혼선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생중계로 대변인 입장이 바로 전달되면서 발언 책임이 명확해지고 사실 왜곡이나 불필요한 추측 보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실시간 공개된 자리에서 설명을 하는 만큼 정책에 대한 책임감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부작용도 불거졌다. 브리핑에 나선 기자들의 질문 장면이 유튜브 등을 통해 편집·유포됐다. 특정 기자가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좌표 공격’ 대상이 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욕설이나 조롱 댓글은 물론 이메일과 개인 SNS로도 공격이 이어진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통하는 여권 강성지지자들의 공격이 거세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이메일은 물론이고 SNS를 비롯한 일부 신상 내역이 공개됐다"며 "적잖은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세가 이어질 경우 기자들도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 우려가 있다. 민감한 질문에 대한 부담감도 높아질 수 있다. 브리핑 생중계의 긍정적인 면을 살리는 한편 공적 질의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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