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박규영이 고개숙였다. 그리고 '오징어게임'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거듭 드러냈다.
박규영은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즌3 인터뷰에 앞서 "지난 몇달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린 거 같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실망스러운 모습도 보셨을 거 같은데, 작품에 누가 될까 피했던 질문도 오늘은 눈을 직접 보고 말씀드리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포일러 이슈로 많이 실망을 드렸다"며 "제작발표회 때도 직접 질문을 받았으나 제대로 답변을 드리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설명을 드리고 싶다"고 거듭사과했다.
'오징어게임' 시리즈는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목숨을 걸고 게임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시즌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담았다.
박규영은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기 위해 돈을 모으는 노을 역을 맡았다. 놀이공원 퍼레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던 중 돈을 벌기 위해 게임 참가자를 관리하는 병사로 참가하게 된다. 시즌2, 3에서 참가자들과 대척점에 선 병사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시즌3에서는 게임장 밖에서 만났던 경석(이진욱 분)이 게임에 참가한 것을 알아채고 그를 예의주시한다.
다만 시즌2 공개 직후 자신의 SNS에 노을과 경석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스포일러 논란에 휩싸였다. '오징어게임3' 공개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지만, 박규영은 "노을과 경석의 서사를 다들 궁금해하실 텐데, 본편으로 확인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 전하며 사과하지 않아 태도 논란까지 불거졌다. 특히 이날 연출자인 황동혁 감독이 "저도 당시 당황스러워 '왜 이렇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인간은 다 실수하지 않냐"고 말한 직후라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규영은 먼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면서 '오징어게임' 시즌2, 3 촬영부터 공개까지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은 박규영과 일문일답

▲ 사진을 올리고 난 후 상황이 궁금하다.
= 즉각적으로 (황동혁) 감독님, (이)진욱 선배님께 연락했다. 감독님은 '다신 이런 실수가 없도록 하자'고 했다. 진욱 선배님도 본인은 '괜찮다'고 말해주셨다. 용서를 받은 건 맞지만, 제가 얼마나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고, 미숙했는지 한참동안 고민했다.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굉장히 오래 가졌다.
▲ 그 사진이 공개되면서 시즌3 초반의 재미를 놓쳤다는 반응이 나오긴 했다.
= 변명의 여지없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기대를 많이 하셨을 터인데, 짐작을 하고 시작하셨을 거 같아서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 그런데 왜 제작발표회때는 사과하지 않았나.
= 감독님이 먼저 답하신 부분이 있었고, 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죄송하다고 하면 오픈 전이라 그렇게 시작되는거라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죄송하다고 말하지 못했다. 부족하게도 당황하기도 했고, 그래서 릴리즈가 된 다음인 오늘에야 말한다. 제 실수가 맞고 변명의 여지없이 제가 어리석었던 부분이 맞다.
▲ 넷플릭스 위약금은 없었나.
= 계약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다음부터 이런 일이 있도록 하진 말자는 얘기는 했다. 촬영장 노출에 대한 가이드는 있었으나 위약금 얘기는 없었다.
▲ 제작발표회에서는 이진욱이 다독여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 이 일이 있던 직후 연락했을 땐 '오히려 관심받아 고맙다'고 장난섞인 말을 해주셨다. 제작발표회때도 위로해주신 모습을 보여주신거 같아서 면목없다. 감사한 마음 뿐이다.
▲ 시즌3를 마친 노을로서의 소감도 궁금하다.
= 주어진 상황에서 노을로 보여야 하는 모습은 최선을 다해 표현했다.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굵직하게 노을이 해야할 몫에 최선을 다한 거 같다. 드디어 끝을 보여드린거 같아 속이 시원한 부분이 있다.
▲ 게임에 참가 못해서 아쉽진 않았나.
= 아쉽다. 대부분 혼자 촬영했다.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저는 전체 대본을 다 받아서 결말까지 알았지만, 영상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시청자 입장으로 촬영장에서 보지 못한 게임을 영상으로 보니 더 몰입이 잘 됐던거 같다.

▲ 노을이 경석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고군분투하는데, 그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 말씀드리고 싶은 건, 경석의 구출 의도가 전부는 아니었다는 거다. 노을에게 경석은 자기와 같이 딸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인물이었다. 노을 자신도 딸을 잃어버린, 되찾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강했던 사람이다. 경석의 상황에 대한 깊은 공감을 했을 수도 있고, 경석을 구하면서 아이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자신의 상황에 투영됐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경석이라는 한 인물을 살리려는 동기보다는 경석의 딸에 대한 감정, 잃어버린 딸에 대한 동기화로 노을의 서사가 진행됐다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 노을은 게임장에서 아이가 사망한 걸 확인했는데, 마지막에 아이가 있다는 중국으로 떠나지 않나.
= 자세히 보면 '사망된 걸로 추정'이라고 적혀있다. 노을은 그걸 보고 사망이라 생각하고, 무너진 거다. 그런데 다시 중국에 있을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죽기 직전의 상태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작은 동기가 만들어졌다. 저 역시 마지막 장면에선 찾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크게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노을은 시종일간 삶의 의지가 없고 어두운 인물인데, 그때만큼은 자신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드러내는 순간 아닌가 싶었다. 중국까지 향하는 마음엔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고 본다.
▲ '오징어게임'에 많은 여자 캐릭터가 나오지만 남성 캐릭터와 달리 모든 감정의 귀결이 '모성애'라는 지적도 나왔다.
= 모성애로 국한되기 보다는 절실할 수 있는 동기가 뭔가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가장 소중하고 절박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거 같다. 그게 노을에겐 북에 두고 온 아이였다. 그래서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죄책감으로 연기했다.
▲ 실제로 아이가 없는데, 어떻게 모성애를 고민하며 연기했을까.
= 아이는 없지만 저에게도 1순위는 가족이다. 가장 소중한 걸 상실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죄책감을 갖고 살아갈까를 생각했다. 시즌2에서 보여준 노을의 서사로 충분히 이입이 가능했다.
▲ 황동혁 감독이 새벽이는 새 태양이 뜨는 희망이라서, 노을은 빛이 꺼져가서 그렇게 이름지었다고 하더라.
= 노을은 꺼져가는 빛이다. 삶의 동기가 없이 절망 속에 살아가는 인물로 표현됐다. 감독님은 그런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떠한 시선의 변화도 없이, 최대한 목소리도 낮게, 억양도 드러나지 않도록 기계적으로 말하길 바라셨다. 노을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다 기훈을 보며 조금의 희망을 본 거다. 그래서 극단적 선택을 포기했고,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통해 뭔가 기대감을 갖게 된 거 같다.
▲ 실제로 목소리톤부터 달라졌다. 다만 일각에선 '잘 안들린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 노을은 목소리를 드러낼 의지조차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군인 출신이기도 하고, 제가 보여드릴 수 없는 저음의 목소리 톤으로 잡아가서 디렉팅을 받았다. 캐릭터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설정이고, '안들린다'는 피드백이 있다면 다음 기회에 더 잘해봐야하지 않겠나.
▲ 마스크를 쓰고 연기하는 건 어땠나. 게임에 참여하고 싶진 않았나.
= 숨을 쉬기 용이하지 않고, 시야가 차단되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 그걸 해보겠냐 싶더라. 그런 즐거움을 가진 채로 현장에서 있었다.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서사를 잘 쌓아갔다고 생각한다. 노을의 캐릭터가 다 설명이 안된 부분이 있지만 나름의 서사를 잘 쌓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임에서 '나도 촬영하고 싶다' 느끼긴 했는데, 숨바꼭질 장면이 와닿았다. 인물들이 절박해지고, 자신이 인간이라는 걸 잊은 채 게임에 임하는 게 표현돼 배우로서 연기하기에 괴롭겠지만 카타르시스가 있을 거 같더라. 기회가 된다면 숨바꼭질에 참여하고 싶었다. 물론 참가자가 아닌 가드로.(웃음)
▲ 2차 오디션을 보고 참여한 걸로 알려졌다.
= 먼저 비디오 테잎을 보냈고, 노을 역할로 대면 오디션을 봤다. 이후 참가자가 아닌 핑크가드라는 설명을 그때 들었다. 그래서 말도 안되게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진짜 감사하다 싶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다.
▲ 참가자로는 어디까지 올라갔을까.
= 제가 운동신경이 뛰어나진 않아서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부터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노을은 신체적으로 뛰어나서 꽤나 오래 살아남았을 거 같다.
▲ 노을의 설정이 북한 특전사 출신이기 때문에 액션에 신경을 많이 썼을 거 같다.
= 가벼운 대체품으로 촬영하기도 하고,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실제 무게감이 있는 걸 쓰기도 하면서 많이 준비했다. 상당히 무거워서 테이크도 많이 가고 리허설도 많이 했다. 두손으로 들면 승모근이 아플 정도의 무게였다. 마지막에 엘리베이터 장면을 찍을 때도 '쉽지 않다' 싶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장면이라 많이 했다.
▲ 신체능력이 없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작품을 보면 액션 연기를 많이 선보여왔다.
= 그래서 전 제가 그렇게 생겼다고 판단을 내렸다.(웃음) 액션 연기를 많이 하면서 '저 배우는 몸을 잘쓰는구나' 하는 기분좋은 인식들이 생긴 거 같다. 저도 그런 과정에서 웨이트로 몸을 키우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신체 능력이 좋아지기도 했다. 솔직히 액션 장면이 쉽지 않다. 그런데 완성본을 보면 기쁘다. 거기에 중독되는 거 같기도 하다. 이번 작품을 위해서도 등근육, 팔근육을 많이 늘렸다. 잘 서있기 위해 하체 단련도 계속하고. 그래서 지금은 헬스도 많이 좋아하게됐다. 인바디를 한지 오래됐는데, 체지방이 10% 초반이다. 촬영할 땐 현미밥과 닭가슴살, 고구마만 먹고 피부가 검어질 정도로 운동하고 액션 스쿨을 다녔다. 인바디 수치가 공개되면 다들 놀라실 거다.
▲ 예뻐 보이지 않는, 노메이크업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는 거 같다.
= 영상에서 예뻐보이기보다는 캐릭터같아 보이길 바란다. 그래서 '마스카라라도 하자' 해도 거부하곤 했다.
▲ 1년 동안 촬영했고, 공개 되면서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 엄청 큰 작품이고, 이미 주목을 받는 작품의 캐릭터로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지점을 봤다. 열심히 했지만, 스스로 실수하는 상황들도 보면서, 얼마나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하는지 반성도 많이 했다. 이게 반성의 끝이 아니라 계속 작품을 하면서 얼마나 반성하는 마음이 더 커져야 하는지 처절하게 피부로 느낀 시간들이었다.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도 크다. 어떠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거 자체로도 감회가 새로웠다.
▲ '오징어게임' 시리즈의 미국판 얘기도 나오는데, 어쨋든 생존했으니 핑크가드로 다시 참여할 수 있을까.
= 미국판이 만들어지고, 한국인이 캐스팅된다면 그걸 누가 마다할까. 하지만 아직 정해진게 없으니 뭐라 말할 순 없을 거 같다.
▲ 케이트 블란쳇 특별출연은 알고 있었나.
= 케이트 블란쳇이 나오는진 몰랐다. 대본을 본 것도 오래됐고, 연기하고나서 대본을 다 반납했다. 그래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미국에서 촬영한다 정도만 알았다. 누가 나온다도 명시되진 않았다. 알음알음 '누가 나온다더라' 하긴 했지만 그게 누군진 몰랐다.

▲ '오징어게임3'가 현재 93개국에서 1위를 하고 있다.
= 너무 좋다. 그리고 해외에 나가면 K콘텐츠가 왜 인기있는지를 많이 물어보는데, 저는 보여드릴 수 있는게 많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배우로서 감사하다.
▲ '오징어게임'을 통해 해외 진출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특히 외신 인터뷰를 전담하면서 '큰 그림이 있는게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 명확한 목표, 꿈은 없다. 다만 만약에 제가 너무 존경하는 케이트 블란쳇 같은 배우와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달려가려고 한다. 영어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공부를 해왔다. 간단한 의사 소통에는 큰 어려움 없이 문장 구사를 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무엇보다 눈을 보고 교감을 하지 않나. 그러면서 중간에 농담도 섞게 되고. 그런 목적이 가장 커서 외신과도 영어로 인터뷰를 한 거다. 영어 인터뷰를 보면서 부모님도 뿌듯해하신다.(웃음) 어릴 때부터 열심히 시킨 보람이 있으시다고.
▲ 차기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마귀'에서 '오징어게임' 시즌2, 3을 함께한 임시완과 또 만난다.
= '오징어게임' 끝나고 차기작 촬영에 들어갔다. '오징어게임' 촬영장에서 임시완 선배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세트장 지나가면서 인사하는 정도였다. 거의 처음 뵙는 선배님 같은 느낌으로 촬영에 들어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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