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곳에서 불기둥이 솟는 모습에 두려웠지만, 숲속에서 새 소리를 듣고 나니 심신이 치유된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영남권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안모씨는 최근 산림청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주관한 산림치유 캠프에 참가해 “무서웠던 숲이 나를 꼭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국가적 재난을 겪은 공무원이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각종 심리 치유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수려한 경관과 피톤치드, 음이온 등 숲에 내재된 다양한 물리적 환경 요소가 이들의 재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진흥원의 산림치유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진가를 보였다. 진흥원은 2020년부터 2년간 코로나19 대응 인력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숲 치유 지원사업’을 벌였다. 이 사업에는 4493명의 코로나19 대응 인력이 참여했다. 이들에게 산림치유 사업을 진행한 결과 치유 참여 전 정서 안정 점수가 65.3점에서 참여 후 74.6점으로 향상됐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치유 지원사업’에 참여한 학생 165명의 긴장·분노·우울 등 지수를 측정 분석한 결과 숲 치유 참여 전 54.4점에서 참여 후 20.5점으로 낮아졌다. 진흥원은 2022년 2만8839명, 2023년 1만7368명, 2024년 8934명 등 재난 경험자에게 산림치유 사업을 벌여 이들의 심신을 보듬었다. 사건·사고 트라우마를 자주 겪는 산림청, 소방청, 경찰청 등 재난 관련 기관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진흥원은 대형산불 피해를 본 특별재난지역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산불 예방교육과 심리 회복을 지원하는 ‘푸른 숲 지킴이 산림치유 캠프’도 당일 코스로 운영 중이다. 남태헌 원장은 “최근 대형산불 피해 복구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산불재난 경험자를 위한 산림치유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