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일 기업 이사가 충실의무를 다해야 할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3% 룰’을 포함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통과에 합의하자 이렇게 탄식했다. 그는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 같은 경영 판단까지 소송 대상이 되면 어떤 경영자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겠냐”며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복지부동을 부추기는 최악의 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주요 산업 부문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와 사업 구조 개편 등의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 기업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개별 주주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이사회 안건마다 모든 주주의 이익을 동시에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의무가 법제화되면 소송을 우려한 경영진은 도전보다는 단기 주가 관리에 더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를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으로 선출할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을 적용하기로 한 점도 부담이다.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해외 투기자본 등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기업 기밀을 볼 수 있는 감사위원으로 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의 독립이사 비율을 3분의 1 이상으로 높이기로 한 점도 기업 의사 결정을 늦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영권 분쟁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중소·중견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소송에 휘말렸다는 공시를 낸 87개 기업 중 81곳이 중소·중견기업이었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 중 1명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서 선출하고, 분리선출하는 감사위원에게 3% 룰을 적용한다. 3% 룰 강화는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명 이상으로 늘리고, 이들 전원에게 3% 룰을 적용하는 것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투기자본이 이사회에 들어와 사사건건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회사 기밀까지 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계는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면 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보완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 시행 중인 포이즌필(대주주에게 낮은 가격에 신주 발행)과 차등의결권(특정 주주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 부여), 황금주(1주만으로 주총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등의 제도를 도입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보형/강현우 기자 kph21c@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