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권자는 자신의 특허권이 등록된 나라에서만 독점권을 갖는다. 즉 동일한 발명이라도 한국에만 등록되고 미국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을 경우 특허권자는 한국에서는 독점권을 누리지만 미국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해당 발명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이라고 한다.
특허권의 등록 및 유지는 비용이 소요된다. 또 나라마다 특허 등록의 기준점이 조금씩 다르므로 한국에서는 특허권이 등록되어도 미국에서는 등록이 거절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등록 거절되었다는 사실은 또 다른 나라에서의 출원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느 나라에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할 것인지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한편 허락받지 않은 자가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물건을 생산, 판매 등을 하면 특허권 침해다.
여기에서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물건이란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기재된 각 구성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물건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등록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가 ‘등받이가 있고 다리가 4개인 의자’라 한다면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만들거나 다리가 3개인 의자를 만드는 것은 특허권 침해가 아니다. 이를 소위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이라 한다.
그리고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의 예외로서 간접 침해가 있다. ‘등받이가 있고 다리가 4개인 의자’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다리를 생산, 판매 등을 하는 경우(이러한 다리가 책상이나 테이블 등등 의자 외의 다른 물건에도 사용될 수 있다면 간접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특허 구성요소를 모두 완비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종의 예비, 음모에 해당하므로 침해로 간주해 특허권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때 속지주의의 원칙상 위에서의 의자의 ‘생산’이란 우리나라 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하므로 의자인 ‘생산’이 우리나라 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인, 예를 들어 다리를 제조하는 행위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간접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우리나라에 ‘등받이가 있고 다리가 4개인 의자’라는 특허가 등록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등받이, 다리 4개, 좌판만 만들어 모두 러시아로 수출하고 러시아에서 이를 조립하여 의자의 완성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때 의자 완성품의 생산은 러시아에서 이뤄지므로 우리나라 특허에 대한 간접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를 위한 부품 또는 구성 전부가 생산되거나 대부분의 생산 단계를 마쳐 주요 구성을 모두 갖춘 반제품이 생산되고 이것이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단계의 가공, 조립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그와 같은 가공, 조립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하여 위와 같은 부품 전체의 생산 또는 반제품의 생산만으로도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경우에는 특허권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제품이 생산된 것과 같이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카테터와 허브, 봉합사, 봉합사 지지체의 개별 제품’을 생산해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 전부를 생산한 경우(개별 제품들은 애초부터 일본에 있는 병원에 판매하여 동일한 피부 리프팅 시술 과정에서 함께 사용되도록 할 의도로 생산된 것이었고 일본에서는 의료용 실의 단부에 의료용 실 지지체를 결합, 고정하는 것만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의 간접 침해를 인정했다.
반면 백신과 관련한 ‘13개의 개별 접합체 원액’을 모두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후 모두 러시아에 수출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개별 접합체 원액을 혼합하는 공정 과정에서 투입량, 혼합비율, 혼합순서, 혼합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13개 면역원성이 구현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13종 개별 접합체 원액의 생산만으로 발명의 작용 효과인 13개 면역원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음을 이유로 우리나라에서의 간접 침해를 부정했다.
글로벌 시대가 되어 각 나라 사이에 분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기술도 나날이 복잡화되고 있다. 특허권자도 그 경쟁자도 특허 침해의 원칙과 예외를 잘 이해하여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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