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베이징에서 사람의 조종 없이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3대3 완전 자율형 로봇 축구 경기'가 열렸지만, 로봇들이 잦은 충돌과 넘어짐을 반복하며 경기가 사실상 난장판으로 치러졌다.
경기 도중 로봇 두 대는 들것에 실려 나갔고, 경기 진행 요원들이 로봇을 일으키느라 바삐 뛰어다녔다는 후문이다.
1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2025년 예정된 세계 휴머노이드 게임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서 열린 'ROBO 리그' 테스트 경기로, 중국 최초의 3대3 완전 자율형 로봇 축구대회다. 칭화대, 중국농업대 등 4개 대학팀이 각각 휴머노이드 로봇 3대와 예비 로봇 1대를 출전시켜 경기를 벌였다.
경기장 크기는 길이 14m, 폭 9m로 마련됐으며, 로봇들은 초속 1m로 느리게 종종걸음 하듯 움직였다. 하지만 다른 로봇과 부딪히며 자주 넘어졌고, 심판이 두 로봇이 쓰러진 동료를 밟고 지나가지 않도록 제지하는 장면도 벌어졌다.

결국 경기 종료 직전 두 대는 큰 충격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 중 일부 로봇은 스스로 자세를 복원해 일어서기도 했지만, 많은 경우 현장 보조 인력이 투입돼 로봇을 세워줘야 했다. 이를 본 중국 누리꾼들은 "선수보다 진행 요원이 더 바빠 보인다"고 반응했다.
주최 측은 로봇의 자율 주행 기술이 아직 ‘동적 장애물 회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로봇 간 비 악의적 충돌은 반칙으로 보지 않는 유연한 규칙을 도입해 경기를 진행했다.
결승전에서는 칭화대의 THU로보틱스팀이 중국농업대 산하이팀을 5대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부스터로보틱스 창업자 청하오는 "현재 로봇 수준은 5~6세 어린이 수준"이라며 "1년 전만 해도 로봇 경기는 느리고 부상 위험이 컸지만, 이제 자율적으로 경기하며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회 주최 측은 "이번 대회는 중국 최초의 완전 자율 AI 로봇 축구 경기로, 기술 혁신과 산업적 응용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중요한 창구"라며 "휴머노이드를 실생활 환경으로 가져가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자평했다.
중국은 AI와 로봇 분야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집중 육성 중이며, 마라톤·격투 등 다양한 스포츠 대회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 발전 상황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오는 8월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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