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수요·공급 대책을 언급한 것은 지난주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물론 핵심 주거지역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중심의 집값 상승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수요 억제뿐만 아니라 공급 확대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가 대출 규제와 함께 투기과열지구 신규 지정 등 전방위 ‘핀셋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세금으로 집값 안 잡는다”는 이 대통령의 방침이 유지될지도 관심사다.
이 대통령이 이런 언급을 한 것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1주일 새 0.4% 올랐다.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주(0.43%)와 비교하면 오름폭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초강세다.
이 대통령은 추가 수요 억제책을 꺼낼 가능성과 함께 공급 확대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기존에 계획된 신도시가 많이 남아 있다”며 “상당한 규모인데 공급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존에 계획돼 있는 것은 그대로 하되, 대신 속도를 빨리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거론한 ‘계획된 신도시’는 한창 조성되고 있는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의미한다. 정부는 남양주왕숙 등 5곳에 18만5796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토지 수용 지연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 추진이 더딘 상황이다.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이 2030년 이후에나 공급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언급한 4기 신도시 조성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 때문에 주택 문제가 생기는데, 수도권에 새로 신도시를 만들면 또 수도권 집중을 불러오지 않느냐는 말이 맞지 않나”라며 추가 신도시 건설을 “목이 마르다고 해서 소금물을 계속 마시는 것”에 비유했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세제를 동원하지 않겠다는 뜻이 강하지만, 시장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등 결국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종부세 과세표준 산정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반영 현실화를 재추진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다. 다만 정부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도 세제로 부동산 규제를 하다가 실패했는데, 실패한 대책을 이 대통령이 다시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지연되는 3기 신도시 개발 사업을 가속화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직접 시행에 참여해 낮은 사업성을 보완하거나 용적률을 높여 공급 물량 자체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국공유지 등 유휴지 개발과 분당 등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도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부는 올해 3만 가구 규모의 수도권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물량을 5만 가구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 방안을 마련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재영/유오상/조미현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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