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 전선 굵기(2.8㎜)의 유연 내시경 수술로봇이 자율주행으로 환자의 요도와 방광, 요관을 거쳐 신장까지 80㎝가량을 이동해 레이저로 결석을 제거한다. 공상과학 영화의 내용이 아니다. 국내 수술로봇기업 로엔서지컬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AI) 신장결석 수술로봇의 기능이다. 국내 46만명, 전세계 1억명에 달하는 요로결석 환자와 의료진에겐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고 초음파·체외충격파 분쇄술의 단점을 극복한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RIRS를 위해선 먼저 두 명의 의사가 각각 8㎏짜리 방사선 차폐용 납복을 입고 수술을 해야한다. 방사선을 통해 내시경 위치와 결석을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시술의가 내시경을 몸 속에 넣어 수술하는 동안, 보조의는 시술의의 지시에 따라서 결석을 깨는 레이저 광섬유와 결석 수거용 바스켓 도구를 조작한다. 내시경을 통해 결석을 제거하는 과정은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자칫 잘못했다간 주변 장기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매우 섬세한 손기술이 요구된다. 돌이 신장 깊숙이 박혀 있는 경우, 돌에 맞춰 팔을 돌려 손목을 꺾는 등 불편한 자세를 오랫동안 취해야 한다. 의사의 어깨 건강에도 상당히 부담을 주는 수술이라는 평가다.

로엔서지컬의 자메닉스는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의료진은 방사선 차폐 납복을 입을 필요 없이 멀리서 조이스틱으로 수술을 집도할 수 있다. 자메닉스는 지렁이 같이 생긴 내시경 끝 부분이 270도로 휘어지고 360도로 회전하면서 환자의 요도로부터 시작해 방광, 요관을 거쳐 신장까지 유연하게 들어간다. 한 번 다녀간 경로는 AI가 학습하기 때문에 두번째 이후부터는 자율주행으로 신장까지 스스로 도달해 결석 조각을 파쇄하고 빼내길 반복할 수 있다. 내시경 끝엔 바늘 처럼 얇은 두께의 광섬유에서 레이저가 나와 결석을 깬다. 특히 AI가 내시경 카메라를 통해 결석의 크기를 분석해 몸 밖으로 빼낼 수 있는 크기인지, 추가로 깨야 하는 지도 알려준다. 또 보통 환자의 호흡으로 결석이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AI는 호흡보상 기능도 있어 움직이는 결석도 정확히 깬다. 앞서 서울대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임상 결과 잔석 제거율은 일반 수술은 75~85%였지만 수술로봇을 활용하면 93.5%로 높아졌다. 또한 조성용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논문에 따르면 AI수술로봇을 통한 결석 파쇄는 일반 수술보다 수술시간을 35%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뇨기과 명의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이주용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다른 신장결석 수술 로봇이 경운기라면, 자메닉스는 자율주행 자동차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대형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자메닉스가 가까운 시일 내에 세계 신장결석 수술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용 서울대병원 교수도 “난치성 결석 환자의 경우 자메닉스의 도움으로 중환자실로 가지 않아도 되는 만큼 수술비에 대한 부담도 경감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와 오 단장 모두 KAIST 교수 출신으로 권 대표가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텔레로보틱스'의 최고 권위자라면 오 단장은 인간의 움직임을 모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최고 전문가다. 오 단장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하드웨어 개발에 주력했다면 권 대표는 로봇의 활용과 관련한 소프트웨어와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주력했다. 이윽고 권 대표는 의료부분에 로봇기술을 접목했다. 그는 수술로봇 개념 자체가 없던 1996년, 국내 첫 원격수술로봇을 개발했고 이후 30여년간 수술로봇 개발에 매진했다. 그동안 20여개 총 240억원 규모의 국가 연구프로젝트도 수행했다. 권 대표는 2018년 영국 최고 공대인 런던 임페리얼 컬리지의 수술로봇학회 경진 대회(Surgical Robot Challenge)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로엔서지컬은 지난 5월 미국 FDA 의료기기 인증을 신청해 내년 1분기 인가를 받으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 미시간대, UC샌디에이고 등의 대학병원과도 공동임상연구를 계획중이다. 그는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중동 진출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산업은행, 신한벤처투자, KT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자금을 유치했고 최근 세계적인 IT대기업으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코스닥 상장을 위한 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그는 인체내 모든 구멍을 활용해 몸 속으로 들어가는 수술로봇을 만들어 개복에 따른 출혈이나 흉터 없이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를 통한 폐암, 식도를 통한 위암, 항문을 통한 대장암, 겨드랑이를 통한 갑상선암, 질을 통한 자궁암 등 로봇수술의 적응증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바램대로 개발이 추진된다면 모두 세계 첫 시도가 된다. 그는 "인체내 각종 관으로 들어가 수술을 수행하는 관내 수술 로봇으로는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7월 5일 15시25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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