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발전소 해체 작업은 핵폐기물 반출과 보관, 오염 제거, 시설 해체 등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이 중 가장 큰 비용이 드는 단계가 핵폐기물을 건식저장용기(캐스크·CASK)에 담아 반출하는 작업으로, 총해체 비용의 30~40%가 든다.
고리 원전 1호기 해체 등으로 향후 2년간 1조원 규모 국내 캐스크 시장이 열리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와 세아베스틸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국내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2033년 13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캐스크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2027년 상반기엔 국내 첫 상업 원전인 부산 기장 고리 1호기와 경북 울진 한울 원전의 총 6000억원 규모 캐스크 입찰이 진행된다. 지난달 26일 해체가 결정된 고리 1호기는 2031년 핵폐기물을 고리 원전 내 저장시설로 반출한다. 여기에 필요한 캐스크를 미리 발주하는 것이다. 고리 원전 내부엔 사용 후 핵연료가 580다발 정도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해체는 영구 정지→사용 후 핵연료 반출→오염구역 제염→건물 및 구조물 철거 등의 과정을 거친다. 캐스크는 핵연료 반출 및 보관 작업에 쓰이는 특수 용기다. 누수 없이 영구히 핵폐기물을 보관하기 위해 특수 설계 기술과 풍부한 제작 경험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캐스크 생산이 가능한 회사는 미국의 홀텍과 NAC, 프랑스 오라노, 독일 GNS 등으로 손에 꼽힌다. 한국에선 두산에너빌리티와 세아베스틸 등 두 곳이 있다.

세아베스틸은 주력 분야인 특수강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캐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2019년 원자력 소재 공장 문을 연 뒤 곧바로 프랑스 원전 기업인 오라노티엔 등에 8기의 캐스크를 납품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도 한수원에 2기를 납품했다.
해외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 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캐스크 시장 규모는 지난해 52억달러(약 7조원)에서 2033년 98억달러(약 13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40만t이 넘는 핵폐기물이 쌓여있는 데다 세계 22개국에서 215개의 원전이 해체를 앞두고 있어 캐스크 수요는 늘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체 작업이 완전히 끝난 노후 원전이 20여기에 불과하다”며 “190개 이상의 원전에서 캐스크 수요가 지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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