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리처드 닉슨 이후 가장 중대한 외교정책을 펴는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 방식이 취임 5개월 만에 뚜렷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정치에서 ‘절제’는 없다. 그는 미국에서 가능한 한 많은 행정 권력을 쥐려고 하며,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은 제한적이었지만 그는 미국을 국제사회의 중심에 두고자 한다.특히 트럼프의 유럽 정책에선 절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려는 시도, 유럽 선거에 대한 개입과 무역 관계 파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발언 등은 유럽 전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가끔은 강하게 나가야 하는 아빠”라고 비교해 비판받기도 했지만, 미국 대통령은 유럽의 ‘아빠’ 역할을 하고 있고,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더 많은 굴레를 유럽에 씌웠다.
중동에서도 트럼프는 미국의 패권을 재확립하기 위해 자유롭고 광범위한 정책을 펼쳤다. 이란을 폭격하고, 이란 최고지도자의 생명을 위협한 것부터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대거 이주를 제안하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중단을 경고한 일까지 초강경 노선을 걸어왔다. 세계는 하나의 무대이며, 트럼프는 그 무대 한가운데에 서 있기를 원한다.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 중앙아프리카와의 핵심 광물 협정, 걸프 국가들과의 인공지능(AI) 협력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트럼프는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긴밀히 결합하고자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힘과 미국의 야심 찬 대통령이 통제되길 바라는 강대국이다. 두 수정주의 국가는 트럼프가 유럽에서 미국의 지위를 강화하고, 중동에서 미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식 야망을 위협으로 간주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어떤 시도든 방해하려 할 것이다. 경쟁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트럼프는 물러서는 성격이 아니며, 그가 백악관에 있는 한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퇴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원제 ‘Trump Seeks to Remake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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