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비판자’로서 검찰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사법연수원 30기)은 강한 어조로 검찰의 과거를 직격하면서 자성을 강조했다.
임 지검장은 취임사에서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제는 우리가 답해야 한다”며 강한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우리 검찰은 정확도를 의심받아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 있다”며 “표적 수사가 거침없이 자행됐고,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봐주기가 노골적으로 자행된 것 역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임 지검장은 특히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국민 신뢰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자”고 강조했다. 앞서 출근길엔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수술대 위에 놓인 상황이어서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을 맡은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29기)도 반성과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정 지검장은 취임사에서 “국민들의 시각에서 우리 검찰이 변해야 할 것은 변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며 “개혁 논의의 출발점이 된 우리의 검찰권 행사에 대해 스스로 솔직하게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과 해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선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직에 밀려났다가 핵심 보직으로 복귀한 김태훈 신임 서울남부지검장(30기)은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성찰하는 자세로 검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에게 무엇보다 가장 아픈 부분은 국민으로부터 중립과 공정한 기관이라는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 기획통으로 통하는 김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대검 기획과장, 법무부 검찰과장 등을 거쳐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중앙지검 4차장을 맡기도 했다.

검사장들의 이날 취임사는 새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표하고 구성원을 설득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틀 전 퇴임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검찰 본연의 역할은 변해선 안 된다”며 개혁에 반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과는 대비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서 개혁에 대한 반발 여론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핵심 보직 검사장들이 일제히 개혁 동참을 선언한 것은 향후 검찰 조직 내 분위기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추석 전 검찰 개혁 얼개 마련’을 언급한 만큼 구체적 개혁 방향이 나오기 전까지는 반발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허란/김영리/정희원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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