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 3000을 전후로 국민연금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나선 모양새다. 증권·원전·건설주 등 주도 업종과 여행주 투자를 늘린 반면 전자부품·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은 여럿 덜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3~30일에 걸쳐 하나투어 10만7624주를 평균 주가 5만4910원(가중평균 기준)에 순매수했다. 지난 4일 종가 5만4400원을 소폭 웃도는 가격이다. 국민연금은 하나투어 지분 확대 목적을 '단순투자'로 밝혔다.
하나투어 주가는 올들어 0.55% 빠졌다. 올들어 코스피지수가 27.32% 오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부진한 수준이다. 올초 항공기 사고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패키지 여행객이 상당폭 줄면서 매출액 타격을 받은 까닭에서다.
증권가는 하나투어가 연내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달 대선 이후 패키지 관광객 등의 수요 회복이 감지되고 있다"며 "관공사 수요는 눈에 띄게 회복했고, 개인 고객 유입은 대부분 오는 9~11월에 쏠리는 분위기라 4분기에 매출이 확 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 4분기엔 '역대급 황금연휴'로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6일엔 NH투자증권 주식을 약 306만주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기존 8.35%에서 9.38%로 1.03%포인트 늘렸다. 하루 뒤인 지난달 17일엔 한화투자증권에 대한 지분율을 6.07%에서 7.11%로 끌어올렸다.
증권주는 지난달 조기대선을 전후로 새 정부의 증시 활성화 기대에 힘입어 급등했다. KRX 증권지수는 올들어 79.56% 올랐다. 국민연금은 증권주 상승 여력이 더 있다고 본 분위기다. 지난달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린 증권사 중 대신증권은 올들어 상승폭이 49.50%, NH투자증권은 42.24%로 업종 평균을 밑돈다. 증권가 일각에선 '키 맞추기' 상승을 점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한전기술 지분율은 지난 4년여간 6~7%를 오갔지만 작년 하반기부터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순히 벤치마크를 따라가는 투자 전략이라면 기존 지분율을 유지하는 정도로 매수·매도를 반복했을 것"이라며 "지분율 10%를 넘겼다는 것은 실적과 정책 모멘텀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복합소재기업 한국카본에 대해선 비교적 단기간에 지분율을 상당폭 늘렸다. 지난달 12일 지분율 4.89%에서 지난달 27일 7.25%로 상승했다. 지난달 30일엔 정보통신(IT) 기업 넷마블 주식 86만여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6.15%로 약 1%포인트 올렸다. GS건설에도 투자를 늘렸다. 올초 8.47%였던 지분율을 지난달 5일 기준 10.76%으로 높였다.
지난달 국민연금은 이차전지 주식도 매도에 집중한 분위기다. 삼성SDI 지분율은 7.88%에서 6.87%로 줄였다. 엘엔에프와 에코프로머티 지분율도 각각 1%포인트 안팎으로 줄여 각 기업의 지분 5% 미만을 보유하게 됐다.
농심 지분도 일부 덜어냈다. 지난 3월31일 기준 10.88%(66만1702주)를 보유했지만 지난 4월초부터 꾸준히 매도해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지분을 약 1%포인트 만큼 줄였다. 이 기간 국민연금은 농심 주식을 평균 약 40만원에 매도했다. 지난 4일 종가(39만5500원)을 소폭 웃돈다.
대한해운은 지난달 13일에 지분율을 6.05에서 3으로 확 줄였다. 964만5912주를 덜어냈다. 이 기업은 국민연금이 덜어낸 날 1796원이였던 종가가 지난 4일 1703원으로 5.18% 내렸다.
국민연금은 지난달부터 반도체 장비기업 미코, 화장품 기업 브이티에 대해 각각 처음으로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게 됐다고 공시했다. LG씨엔에스에 대해선 지난 5월13일 지분율 5%를 넘겼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국민연금이 5% 지분을 가지게 된 이래 이 기업의 주가는 42.68% 뛰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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