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에 대한 불타는 의지와 정열을 계절로 비유할 때 여름만큼 잘 어울리는 시기가 또 있을까. 작열하는 태양은 우리를 참기 어려운 고통 속으로 몰아넣지만,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여름을 닮은 뮤지컬 ‘프리다’가 관객을 다시 찾았다. 47세에 요절한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치열했던 일생을 토크쇼 형태로 풀어낸 작품이다. 2022년 초연 이후 꾸준한 인기를 누리며 올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프리다의 짧은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여섯 살 때는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 열여덟 살엔 철근이 허리를 관통하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의 여파로 프리다는 평생 30번 넘는 수술을 받았다. 사랑을 종교처럼 믿은 그는 스물한 살 연상인 멕시코 민중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했지만 아이를 유산했고 바람기 많은 남편은 프리다의 여동생과 불륜을 저질렀다. 몸과 마음까지 망가뜨린 프리다의 시련은 뮤지컬 속에서 날카로운 구급차 사이렌 소리로 표현된다.
프리다는 교통사고 이후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으로 하얀 캔버스를 채웠다. 관객은 극의 흐름에 맞춰 영상으로 띄워지는 프리다의 대표 작품을 보며 그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다. 공연 말미 프리다가 무대 위로 쏟아지는 붉은 장미꽃을 맞으며 홀로 춤추는 장면이 압권이다. 불편한 몸조차 막지 못한 프리다의 열정과 에너지가 자유로운 몸짓으로 폭발한다.
작품은 프리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더 라스트 나이트 쇼’라는 토크쇼에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극중극 형식을 취한다. 프리다의 남편 디에고를 연기하는 ‘레플레하’와 프리다의 옛 남자친구 역할의 ‘데스티노’, 어린 시절 프리다를 보여주는 ‘메모리아’가 번갈아 토크쇼에 출연한다.
“인생은 고통이었지만 축제였다.” 프리다는 죽기 직전 삶을 향한 예찬을 담아 유작을 그린다. 자신의 핏빛을 닮은 수박에 ‘인생이여 만세’(Viva La Vida)란 글자를 새긴 그림이다. 이 그림이 무대 위에 걸린 가운데 프리다는 행복한 목소리로 관객에게 작별 인사를 고한다.
크고 작은 시련에 매몰되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는 작품이다. 오는 9월 7일까지 서울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한다. 프리다 역은 배우 김소향·김지우·김히어라·정유지가 맡았다. 데스티노 역은 이아름솔·이지연·박선영이, 메모리아 역은 박시인·허윤슬·유연정이 함께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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