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봉 격차가 네 배 가까이 나는 데다 풍족한 연구 환경, 거주비 지원 등 혜택까지 고려할 때 도저히 말릴 수 없었습니다.”
6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장 출신 경제학부 교수 A씨는 최근 후배 교수 두 명이 홍콩과기대로 옮기기로 한 데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각각 미시경제학과 계량경제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 교수를 붙잡기엔 국내 연구 환경과 현실적 조건이 해외 유수의 대학보다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경제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인 서울대 현직 교수가 미국이 아니라 홍콩을 선택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해외 대학과 보상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것은 한국 대학 재정 형편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 국가장학금 일부 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17년째 등록금 동결을 압박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에 물가상승률도 반영할 수 없게 되면서 대학 재정은 악화일로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 교수 평균 급여는 2019년 1억62만원에서 지난해 1억139만원으로 5년 동안 0.8% 올랐다. 정교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평균으로, 조교수급으로 내려오면 평균 급여는 크게 줄어든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매출 상위 대기업 10곳의 평균 연봉은 모두 1억원이 넘었다.주요 석학의 연쇄 이탈에 서울대도 호봉제에서 벗어나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개혁에 나섰다. 조교수와 부교수는 호봉 테이블을 적용받지만, 정년을 보장받는 정교수는 호봉 테이블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수 교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려면 다른 분야 교원의 월급을 깎아야 하는 ‘제로섬’ 구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장(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은 “전반적인 인건비 증액이 선행돼야 하는 구조로, 정부 동의를 얻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우수한 교수들이 떠나면서 ‘연구 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 대학원 공동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전국 일반대학원 188곳 중 86%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액장학금을 내걸어도 우수 인재들이 대학 대신 기업행을 택하고 있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 주요 대학 인문사회계열에서도 중국인 유학생이 정원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클리블랜드연방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온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인재가 세상을 바꿀지 모르기 때문에 해외 대학에서는 그만큼 교수를 대우하는 것”이라며 “한국에선 인구 감소 속도보다 인재 감소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재연/강진규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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