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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연봉 4배" 앞세워 교수 빼가는데…재정 열악한 韓대학은 '속수무책'

입력 2025-07-06 17:52   수정 2025-07-14 15:30


“연봉 격차가 네 배 가까이 나는 데다 풍족한 연구 환경, 거주비 지원 등 혜택까지 고려할 때 도저히 말릴 수 없었습니다.”

6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장 출신 경제학부 교수 A씨는 최근 후배 교수 두 명이 홍콩과기대로 옮기기로 한 데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각각 미시경제학과 계량경제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 교수를 붙잡기엔 국내 연구 환경과 현실적 조건이 해외 유수의 대학보다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경제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인 서울대 현직 교수가 미국이 아니라 홍콩을 선택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 한국 떠나는 교수들
주요 대학 핵심 인재들의 탈(脫)한국 현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에 이어 경제·경영 분야 석학도 줄줄이 한국을 떠나고 있어서다. 대학 성과 보상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아 학계 전반적인 글로벌 역량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재 전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대학들이 한국인 교수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이번 영입전에서는 서울대에서 1억원가량의 연봉을 받던 교수들이 홍콩에서 33만달러 수준의 연봉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로 약 4억5000만원이다.
해외 대학과 보상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것은 한국 대학 재정 형편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 국가장학금 일부 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17년째 등록금 동결을 압박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에 물가상승률도 반영할 수 없게 되면서 대학 재정은 악화일로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 교수 평균 급여는 2019년 1억62만원에서 지난해 1억139만원으로 5년 동안 0.8% 올랐다. 정교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평균으로, 조교수급으로 내려오면 평균 급여는 크게 줄어든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매출 상위 대기업 10곳의 평균 연봉은 모두 1억원이 넘었다.
◇ 붙잡을 수 없는 대학
사립대 교수 연봉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초임 교수 연봉으로는 은행에서 아파트 대출도 받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후배 교수가 첫 월급을 받았는데 사학연금 납입금 등을 떼고 나니 앞자리가 ‘3’으로 시작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며 “박사까지 최소 10년 이상 공부한 교수 초봉이 대기업 대리 수준인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외부 심사위원이나 평가위원 등 ‘생계형 가욋일’을 늘리면서 연구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한탄도 나온다.

주요 석학의 연쇄 이탈에 서울대도 호봉제에서 벗어나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개혁에 나섰다. 조교수와 부교수는 호봉 테이블을 적용받지만, 정년을 보장받는 정교수는 호봉 테이블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수 교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려면 다른 분야 교원의 월급을 깎아야 하는 ‘제로섬’ 구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장(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은 “전반적인 인건비 증액이 선행돼야 하는 구조로, 정부 동의를 얻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 서울대 10개 만든다는데…
지역 대학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4대 과학기술원만의 얘기는 아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를 제외한 거점 국립대 9곳에서 2021년부터 2025년 5월까지 4년 동안 323명의 교수가 학교를 떠났다.

우수한 교수들이 떠나면서 ‘연구 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 대학원 공동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전국 일반대학원 188곳 중 86%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액장학금을 내걸어도 우수 인재들이 대학 대신 기업행을 택하고 있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 주요 대학 인문사회계열에서도 중국인 유학생이 정원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클리블랜드연방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온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인재가 세상을 바꿀지 모르기 때문에 해외 대학에서는 그만큼 교수를 대우하는 것”이라며 “한국에선 인구 감소 속도보다 인재 감소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재연/강진규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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