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주식유한회사(중국선박)와 중국선박중공주식유한회사(중국중공)의 합병 논의가 시작된 건 2019년이다. 중국 조선사 간의 과열된 수주 경쟁이 ‘조선 굴기’의 걸림돌이 된다는 위기의식에서다. 대규모 상선에 특화한 중국선박과 방위산업 분야에 집중된 중국중공 간 기술적·조직 문화적 체질 차이가 해소되지 않고 중국 조선사들의 수주도 이어지자 5년간 합병 논의는 지지부진했다.하지만 지난 5일 중국선박이 중국중공을 흡수합병하는 안이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심사를 통과하면서 글로벌 조선업계의 ‘공룡 기업’ 탄생이 확정됐다. 글로벌 선박 시장의 ‘피크아웃’ 논란이 일자 합병을 미룰 수 없다고 계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조선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이 비교우위가 있는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의 사업 재편을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병을 통해 설립되는 중국 조선사는 세계 조선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조선 기업이 된다. 수주량은 물론 자산 규모와 매출, 영업 수익 등에서도 모두 세계 1위가 된다. 지난해 이들 두 회사 영업이익은 1000억위안(약 18조원)으로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금액(1조4115억원)보다 12배 많다. 두 회사의 자산(4000억위안·약 75조원)은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의 자산(20조원)보다 네 배 가까이 크다.
한국보다 20%가량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휩쓸고 있는 컨테이너선 시장이 직접 타격권에 든다. 2020년 44.9%이던 중국 조선소들의 컨테이너선 수주 점유율은 지난해 70%까지 높아졌다. 한국은 같은 기간 32.3%에서 15.1%로 반토막 났다.
이미 가격으로 경쟁할 수 없게 된 국내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나 메탄올 추진선(운반선) 등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공룡 조선사가 저가 시장에서 창출한 자본으로 내실을 다지며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넘어오면 이를 한국 조선사들이 버텨내기 쉽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중국 내부에서 저가 수주 경쟁을 피하려는 의미가 크다”(한 중형 조선사 관계자)는 의견도 있지만 중국 특유의 집중과 지원으로 한국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장도 침투할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국내 대형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중구난방으로 수주하는 사업을 특정 조선소로 몰아주면서 선종을 특화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제조 노하우를 빠르게 축적하고 한국이 우위에 있는 고부가가치 선종도 금세 따라잡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시욱/이혜인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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