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대학 입시는 알면 알수록 어렵다. 학생을 뽑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으로만 뽑는 방식, 수능 성적으로만 뽑는 방식,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하되 수능 최저치를 적용하는 방식, 내신 성적과 생활기록부 내용을 종합적으로 보고 뽑는 방식 아니면 여기에다가 면접을 더하는 방식까지 언뜻 생각하면 대학 가는 방법이 다양하니까 좋은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 모든 방식을 다 대비해야 하니까 한 가지도 놓을 수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거기에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부터는 고교 학점제라는 전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다. 취지는 좋았지만 고교생들은 이 때문에 고충이 가중됐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에 공신닷컴 강성태 대표는 수행평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냈다. 강 대표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고등학생이 좀비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강 대표는 "최근 학부모로부터 '대한민국 교육의 유일한 희망은 이제 자퇴뿐이다'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실제로 자퇴하는 학생 비율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김현정 앵커의 "수행평가가 얼마나 많길래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나"라는 질문에 "수행평가가 과목당 한 학기에 세 번 정도는 기본적으로 있고 많으면 네다섯 번이다"라며 "여기에 중간, 기말고사 지필도 있으니 과목당 평가가 5번은 되는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과목 수가 10과목 정도를 배우니까 한 학기에 50번의 평가가 있는데 한 학기가 100일 정도 되니 단순히 나눠봐도 이틀에 한 번씩 계속 평가다"라며 "중간 기말고사 기간에 이게 몰리는데 하루에 수행평가가 3개, 4개 몰리는 게 이게 드문 일이 아니다. 학생들은 6시간 자면 사치라는 말이 지금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열이 높은 곳과 낮은 곳에 좀 격차가 있긴 하지만 예를 들어 연극 대본을 써야 하고 어떤 과목의 주제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편곡을 해야 하고 과학 논문 영어로 읽고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창업 계획서를 쓰거나 비주얼 싱킹하거나 체육 교과에서는 공 3개 던지는 저글링을 비롯해 절대 음감 테스트 이런 것까지도 한다"면서 "수행평가 비중이 전체 내신에서 40% 이상이니 이걸 포기한다는 건 내신을 내려놓는다는 거고 그러면 수시를 포기하는 거고 입시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학생, 학부모님들에게 시험 없는 학교라는 일종의 환상. 그걸 심어주려다가 시험이 아닌 척하는 시험을 엄청나게 늘려놓은 거다"라며 "지필 부담을 줄이겠다고 도입한 게 수행평가 취지 중의 하나인데 더 극악무도한 어떤 또 다른 형태의 시험이자 평가가 생겨난 거다"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수행평가에 이어 고교 학점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은 고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이미 꿈은 정해져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입학하자마자 먼저 하는 게 '너네 어떤 수업 들을 거야'라고 묻는 거다"라며 "그 말은 꿈이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하는 거다. 그런데 꿈을 바뀔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미 수업을 몇 년 동안 들었고 특강 전공은 뒤엎을 수 없으니 (꿈을) 바꿀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통합 사회, 통합 과학으로 됐고 다른 국·영·수 모든 과목에서 이제 선택이 없어지다 보니까 대학 입장에서는 공대 학생을 뽑으려는데 예를 들어 심화 수학, 미적분에 대해서 좀 공부를 한 학생을 뽑고 싶어. 그러면은 볼 수 있는 게 얘가 이 수업을 들었는지를 보게 되는 거다"라며 "서울대학교에서 특정 과목들을 이제 들어야 한다고 지금 정하게 됐다. 그러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만약에 꿈이 바뀌면 그러면 대안이 슬프게도 자퇴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교 학점제가 학생들의 진로를 다양하게 해주고 꿈을 키워주고 이게 목적인데 꿈을 키워주는 게 아니라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제도가 돼버렸다"면서 "이게 너무 엇박자인 건 뭐냐면 요즘 대학들은 자유 전공, 무전공이 대세고 심지어 대학들이 그렇게 자유 전공학과를 만들면 재정 지원도 해주는데 고등학교는 완전 거꾸로인 셈이다"라고 강조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금도 수행평가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고 말하지만, 입시업계에서는 수행평가의 비중, 중요성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올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나서는 2028년부터는 생활기록부에 반영되는 수행평가가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는 20일 동의가 종료되는 해당 청원에는 7일 오후 현재 약 4만20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국회는 국민동의 청원에서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안건을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겨 심사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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