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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감동시킨 '빛의 거장'…서울밤을 수놓다

입력 2025-07-07 17:52   수정 2025-07-09 15:29



‘작가’를 넘어 ‘거장’으로 불리는 예술가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독창성, 시대를 앞서는 감각, 꾸준함, 작품에 녹아 있는 철학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누구나 ‘그 작가의 작품’이라고 알아볼 정도로 상징적인 작풍이 필요하다. 아름다움이나 놀라움, 감동과 같은 정서적 충격을 줘야 하는 건 물론이다.

지금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에서 개인전 ‘더 리턴(The Return)’을 열고 있는 미국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82)은 그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작가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60년 넘는 세월 동안 그가 세계 곳곳에 설치한 작품은 ‘빛’을 통해 관객에게 감동을 전해왔다. 그가 전 세계인에게 ‘빛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새로운 빛의 인식
역사상 수많은 작가가 빛의 효과를 묘사하는 데 천착했다.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를 강조한 렘브란트, 빛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대상의 모습을 그린 모네가 대표적이다. 터렐은 조금 달랐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네 안의 빛을 찾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빛을 통해 다른 뭔가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빛 그 자체를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터렐은 독실한 퀘이커교도 집안에서 태어났다. 개신교의 한 종파인 퀘이커는 모든 개인의 마음속에 ‘내면의 빛’이 있다고 본다.

대학에서 인지심리학과 수학을 공부한 터렐은 20대이던 1960년대부터 빛 그 자체를 묘사하고 감동을 줄 방법을 궁리했다. 기술 발전에 따라 그의 작품도 끊임없이 진화했다. “1967년 네온 조명과 전기 저항 소자를 이용해 빛을 쏘는 방식으로 작품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LED(발광다이오드)와 컴퓨터를 통해 정교하게 효과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이 나올 때까지 오래 살 수 있어 무척 다행입니다.”


그의 작품은 빛 그 자체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객은 명상에 빠진다. 세계 100여 곳에 설치된 ‘스카이스페이스’ 연작이 단적인 예다.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건물 천장에 구멍을 내 그 사이로 하늘을 볼 수 있게 했다. 공간 내부 조명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바뀌는 동안 관객이 보는 하늘의 색과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터렐은 이렇게 설명한다. “빛은 본질적으로 영적이고 감각적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빛에 감응하는 존재죠. 예술가로서 한 조각의 빛을 전해서 사람들이 빛을 새롭게 인식하고 경험하도록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17년 만의 서울 전시
“설명하면 지루하지만 직접 경험하면 마법과 같다.” 터렐의 작품을 두고 미술평론가 존 맥도널드는 이렇게 말했다. 그 말대로 터렐의 진가는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이번 페이스갤러리 전시는 2008년 이후 17년 만에 서울에서 그의 작품을 볼 기회다. 신비로운 빛이 불투명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듯한 설치작품 ‘글라스워크’ 연작, 판화, 터렐이 미국 애리조나 사화산에서 50년 가까이 진행 중인 평생의 예술 프로젝트 ‘로든 분화구’ 관련 사진 등 총 25점이 나왔다. 3층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설치작품 ‘웨지워크’가 하이라이트다. 모서리에 색색의 빛을 투사해 평소와 전혀 다른 감각으로 빛의 성질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일반적인 갤러리 공간을 임시로 개조해 설치했기 때문에 규모와 몰입도, 완성도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강원 원주 뮤지엄산의 제임스터렐관, 일본 나오시마섬의 미나미데라처럼 터렐의 작품만을 위해 설계된 공간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서울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찾아갈 가치는 충분하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무료지만 예약제로 운영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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