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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기업 꿈꾸는 쓰카키 "전쟁·지진도 사업 기회"

입력 2025-07-07 17:36   수정 2025-07-08 00:32

쓰카키그룹은 1867년 창업 이후 6대째 이어오고 있는 일본의 장수 기업이다. 교토 인근인 오미(近江) 지역에서 시작해 일본 3대 상인 집단으로 성장한 ‘오미 상인’ 출신이 세웠다. 주력 제품인 직물과 더불어 보석, 모피, 부동산 개발·임대, 웨딩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쓰카키는 15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숱한 위기를 넘기며 살아남았다. 설립 이듬해 닥친 메이지유신을 비롯해 미국발(發) 대공황(1929년), 일본 패망(1945년), 동일본 대지진(2011년), 코로나19 사태(2020년) 등이 대표적 사건이다. 최근 교토 본사에서 만난 쓰카키그룹의 6대 경영인 쓰카모토 기자에몬 사장(77)은 “역사적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꾸는지가 중요하다”며 “오미 상인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것도 지속 가능성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전쟁과 팬데믹 극복한 역발상 경영
2011년 3월 쓰카모토 사장은 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호쿠 일대를 찾았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1주일 만에 부동산 개발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쓰카키그룹은 1년 뒤 인근 센다이 지역 토지를 매입했다. 관동대지진(1923년)과 한신대지진(1995년)의 복구 사례를 참고한 발 빠른 투자 결정이었다. 쓰카모토 사장은 “지진 발생 후 대략 3년이면 지역 경제가 다시 살아났던 과거의 경험이 반복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며 “현재 이 일대는 도요타 공장 등이 들어오면서 이전보다 큰 경제권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도 과감한 투자로 재미를 봤다. 팬데믹 1년 후 헐값에 매물로 나온 미국 뉴욕 맨해튼 빌딩을 매입하면서다. 쓰카모토 사장은 이번엔 스페인독감(1918년) 사태를 떠올렸다. 코로나19 역시 그때처럼 3년 정도면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 당시 맨해튼이 봉쇄돼 쓰카모토 사장은 현지 중개업자에게 요청해 온라인 화상으로 건물 옥상부터 지하까지 구석구석 살펴본 뒤 웹을 통해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전쟁, 지진, 불황, 감염병 등이 10여 년을 주기로 발생하는데 막상 이런 경험을 살려 경영에 반영하는 기업은 드물다”며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라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발상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쓰카키그룹의 연 매출 규모는 72억엔(2023년 기준). 직물 기술력은 최상급이다. 교토의 전통 직물 ‘니시진 오리’(西陳織)를 만든다. 고해상도 화면처럼 30㎝ 폭의 옷감에 최대 1800가닥의 실이 교차하는 정밀도로 유명하다.
◇고객과 사회에도 좋은 ‘윈-윈 거래’ 추구
오미 상인의 경영철학은 ‘산포요시(三方良し)’다. 쓰카키그룹도 이를 계승했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사회가 모두 좋은 거래를 뜻한다. 쓰카모토 사장은 산포요시에 대해 “고객이 20~30년 뒤에도 만족하는 제품을 팔고, 이런 기업 활동을 통해 납세와 고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도시대부터 활동한 오미 상인은 17세기에 일본을 넘어 베트남까지 진출했다. 일본 3대 재벌로 꼽히는 미쓰이그룹을 비롯해 최대 보험사 일본생명, 최대 상사 이토추 등이 오미 상인에서 나왔다. 구승환 교토산업대 교수는 “일본의 기업가 정신인 산포요시는 지속 가능한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며 “오미 상인은 이를 바탕으로 상업자본에서 일본 기업의 주류를 이루는 산업자본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후계자 교육에 철저한 것도 오미 상인의 특징이다. 쓰카모토 사장의 아들과 며느리는 매일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프레젠테이션 발표 교육 등을 받는다. 직원과 가족을 동일시하는 ‘별가(別家) 제도’ 역시 오미 상인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다. 퇴직사원이 주기적으로 모여 회사를 응원하며 경영 상황을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쓰카모토 사장은 “가족 간 사랑, 사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 기업 간의 신용관계가 절대적인 경영 가치이자 오래 존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교토=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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