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쇄신을 위해 출범한 당 혁신위원회가 출범 닷새 만인 7일 사실상 좌초했다.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과 당 지도부가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 전 지도부의 인적 쇄신 문제와 혁신위 구성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하고 다음달 전당 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 패배 이후 당 개혁을 진두지휘하기로 한 혁신위가 와해하자 당 쇄신 작업도 표류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안 의원은 사퇴 이유로 자신이 제안한 인적 쇄신 방안 및 혁신위 구성안을 당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는 “먼저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판단 아래 비대위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안 의원은 ‘강제 후보 단일화’ 사태 책임론이 일었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출당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혁신위 구성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합의된 안이 아니다. 최소한 한 명에 대해선 제가 합의해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초 그는 이재영 강동을 당협위원장, 박은식 전 비대위원을 혁신위원에 포함하는 안을 마련했으나 최종안에서 이름이 빠졌다.
다만 지도부는 안 의원의 제안을 반대한 적 없고, 일방적으로 낸 인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당장 인적 쇄신을 하기보다는 절차에 따라 안 의원이 만드는 백서 작업 이후 책임져야 할 사람은 지도록 하자는 취지로 답변했다”며 “혁신위원 7명 중 한 명에 대해서는 안 의원과 합의가 안 돼 공석으로 뒀지만 나머지는 사전 논의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도부는 혁신위원장을 새로 지명하고 혁신위를 가동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다. 다음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쇄신의 키가 차기 지도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전당대회로 당원들의 눈이 쏠린 데다 혁신위 권한이 크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새로 조직을 꾸린다 한들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전당대회 출마 의지를 내비친 건 안 의원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6선 조경태 의원,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등이다. 안 의원은 이날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수술 동의서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는 안일한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참담함을 넘어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며 “당 대표가 돼 단호하고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한동훈 전 당 대표와 5선 나경원 의원, 재선 장동혁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혁신 작업이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전당대회 모드로 들어서면서 계파 간 이전투구 양상이 더욱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소람/정상원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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