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수익률 높은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평소 퇴직연금 관리에 무심했던 사람이라면 지난달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간한 ‘2024 퇴직연금 투자 백서’를 보고 적잖이 놀랐을지 모른다. 이번 백서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담겼다. 나의 수익률이 전체 가입자 중 상위 몇% 정도 되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프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는 스스로 운용해야 한다. 자연히 “내가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얼마나 잘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번 백서를 들여다보면 그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다.
평균을 훌쩍 넘는 수익률을 거둔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들의 포트폴리오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우량 자산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높은 수익률이라는 보상이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계좌 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이 담겨 있을까. 이번 백서는 친절하게도 궁금증 해소에 도움이 될 만한 힌트를 제공한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많이 투자된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상위 1~7위 리스트를 공개한 것이다. 브랜드명은 가려져 있지만 상품 유형과 투자 대상은 확인할 수 있다. 이 순위를 살펴보면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먼저 타깃데이트펀드(TDF)의 높은 인기다. 공모펀드 순위에서 가장 많은 적립금을 모은 유형은 TDF였다. TDF는 예상 은퇴 시점을 목표로 운용되는 생애주기형 펀드다. 젊을 때 주식 비중을 높여 공격적으로 운용하다가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가입자는 개별 시기에 따른 복잡한 자산배분 고민 없이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퇴직연금 투자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순위표에는 목표 시점이 2025, 2045, 2030년인 TDF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사람들의 투자 현황을 살펴보는 일은 내 연금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따라하기에 앞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레오나르도 부르스틴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금융 지식이 부족한 투자자일수록 다른 사람의 선택을 더 쉽게 모방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남들도 했으니 나도”라는 식의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이 해당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상품의 변동성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는지 등을 먼저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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