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완구 기업 레고는 70년 넘게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블록 장난감을 만들어왔다. 이 회사 경영진이 레고 블록의 확장성을 강조하기 위해 종종 선보이는 퍼포먼스가 있다. 한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노란색 블록 네 개, 빨간색 블록 두 개가 든 주머니를 나눠 준 뒤 “1분 안에 오리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하는 것이다.결과는 늘 흥미롭다. 똑같은 블록을 받았지만 완성된 오리 모양은 제각각이다. 같은 재료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 이것이 창의력의 본질이다.
인간 두뇌 역시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생물학적 레고’다. 뇌에는 전자기기 속 반도체 칩에 해당하는 1000억 개 뉴런(신경세포)이 있다. 뉴런을 잇는 시냅스(신경 접합부)는 1000조 개에 달한다.
시냅스 망을 타고 어느 뉴런이 어떻게 연결·융합되는지에 따라 창의성 수준이 달라진다. 창의력을 담당하는 특정 영역이 뇌에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해결책을 고민할 때 뇌 전체가 활성화한다는 것이 뇌과학자들의 추론이다. 정답이 있는 문제보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에서 진짜 창의력이 발현된다는 얘기다.
이젠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것보다 그 지식을 어떻게 연결하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통섭과 융복합이 강조되는 이유기도 하다. 창의력을 토대로 한 혁신은 네 개의 문이 있는 방에서 각각의 문을 열고 들어가 만나는 새로운 방과 같다. 도미노처럼 이어진 방의 문을 끊임없이 열고 나가다 보면 레고 블록의 기하급수적 조합 증가처럼 처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크기의 집을 짓게 된다.
AI 대변혁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선 직관과 논리, 감성과 이성, 상상력과 현실 감각의 융복합을 꾀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개조가 선행돼야 한다. 이런 선제적 혁신 없이 ‘서울대 닮은꼴’ 지방 국립대를 늘리는 것만으로 고등교육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 정부·여당의 안일한 생각은 인과관계를 뒤틀어버린 판단 착오다. 지금 당장 늘려야 할 것은 틀에 박힌 대학이 아니라 틀을 깨는 창의력 교육이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