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09일 11: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보험산업은 전례 없는 전환기에 놓여있다. 국내 저성장 기조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국내 보험 수요 기반 약화 가능성, 인슈어테크의 확산, 빅테크·플랫폼 기업 등 비금융 플레이어의 보험업 진입과 경쟁 심화, 보험대리점(General Agency, GA)의 영향력 확대 등 보험업을 둘러싼 위기에 대한 논의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보험업의 고질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국내 보험산업의 경영환경이 변하는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대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보험사 매물이 증가하는 한편 보험사 영업·판매구조·신뢰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매수수료 개편에 이어 자본규제 고도화와 건전성 관리 강화도 예정되어 있다. 2023년 1월부터 IFRS17(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17)과 이를 토대로 한 K-ICS(Korean Insurance Capital Standard)가 시행된 이후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에도 불구하고 가용자본 축소와 요구자본 증대로 지급여력이 낮아지면서 2025년 3월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 보험사 지급여력 비율은 전분기말(206.7%) 대비 8.7%p 하락한 197.9%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자산듀레이션 대비 부채 듀레이션이 긴 보험사의 재무구조상 자본적정성이 더욱 취약해질 소지도 높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과 주주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는 가운데 2025년 6월 말 기준 상장된 12개 보험사 중 11개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모두 0.8배 미만으로 추가적인 자본 확충과 주주친화적 정책 간 보험사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과거 경영방식을 넘어 질적·근본적 대응방향 모색.
이러한 구조적 전환점에서 보험업은 더 이상 과거의 경영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로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98%(보험소비자 설문조사, 2019년)를 넘어가는 국내 내수시장에서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해 과도한 푸시 영업과 높은 수수료를 가진 보험상품을 추천·판매하여 이익이 생기는 기존 사업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종신보험 등 전통적 사망보장 상품 수요는 위축되고, 중장기적 시장금리 하락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래 보험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높은 경제적 불확실성에서 고객의 미래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보험료의 장기적 운용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자산운용 역량의 고도화도 필요하다. 또한 AI(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과 경제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위험의 속성과 보험소비자의 인식·반응도 변화하며, 산업 간 융복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보험사 혼자만의 역량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중장기적 시계에서 보험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며 ‘보험사의 존재 이유와 의의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선도 보험사, 미래 보험산업에 대비한 성장 동력과 사업전략 재정비 중
한편, 글로벌 보험사들이 다음의 다섯 가지 핵심 트렌드를 중심으로 미래 보험산업의 방향성을 구체화하며 성장 동력과 사업 전략을 재정비 중이다.첫째, 디지털 기반 지능형 혁신 역량 강화다. AI, IoT,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기술 발전은 보험의 핵심 프로세스인 언더라이팅, 보험금 청구, 사기 탐지에 접목되어 업무 효율성 개선을 넘어 고객경험을 고도화하고 있다.
둘째, 웰니스와 보험의 융합 모델이다. 글로벌 보험업계는 사후적인 건강 위험 보장에서 일상 속 건강 관리를 통해 예방 중심의 보험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를 이미 경험한 일본 보험사 솜포(Sompo)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보험과 자산관리, 요양업과 시니어케어, 건강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디지털 기반 시니어케어 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셋째, 일상과 연결된 다양한 확장과 융합을 모색 중이다. 미국 올스테이트(Allstate)는 생명·건강보험 등 비핵심 사업은 매각한 반면, 자동차·주택 등 개인보험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이 가운데 아리티(Arity) 설립을 통해 모빌리티 데이터 및 솔루션의 전문성을 강화하며 모빌리티와 연계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을 아우르는 플랫폼 사업과 디지털 보험의 혁신을 모색 중이다. 미국 인슈어테크 레모네이드(Lemonade)는 AI와 기술을 활용해 보험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며 저렴하고 빠른 보험으로 MZ 중심의 고객층을 확보했다. 이어 2020년 출시한 펫보험의 경우, 12달러의 보험료 등을 강점으로 2024년 말 원수보혐료는 전년대비 57% 증가하는 등 레모네이드 보험 포트폴리오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넷째, 미래형 혁신산업을 활용한 신상품 개발 및 대응력 강화다. AI, 자율주행, 사이버 보안 등 신기술과 관련된 새로운 유형의 복합 리스크를 기반으로 선제적인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산업별 기술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플랫폼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다섯째, 기술 기반 B2B 비즈니스 생태계 확장이다. 기존 소비자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보험은 산업별 기업 고객에게 임베디드 보험 및 서비스형 보험(Insurance As A Service) 플랫폼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며, B2B 파트너로서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가 산업 생태계 안에서 파트너와의 협력적 관계를 지속하며 안정적인 수익 창출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격변의 시대에 가장 큰 위험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어제의 논리로 행동하는 것이다.”(피터 드러커)
변화 가운데 새로운 기회가 존재하는 만큼, 이제 국내 보험사 역시 사후적 위험 보장 중심의 기존 사업 모델을 넘어, 변화하는 금융환경과 산업 트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업 방향을 모색하고 재정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정부 역시 인구·기술·기후변화에 대비해 보험산업의 질적 성장과 혁신을 위한 보험사 부수업무 및 자회사 규제 개선, 보험사 해외 자회사 소유 승인절차 합리화, 망분리를 통한 보험업과 AI 연계 확대 방안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보험사는 지속 가능한 생존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AI·빅데이터 등 기술 역량 확보 및 관련 보험상품 개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보험산업의 외연 확장 및 중고령층 대상 특화상품·서비스, 산업 간 융합과 자산 운용 고도화를 통한 비즈니스 확장, 미래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역량 강화, 기술 기반 B2B 전략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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