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 지난해 삼성전자가 판매한 전체 스마트폰에서 폴더블폰이 차지한 비중이다. 폴더블폰 판매가 부진한 건 단순히 비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껍고 무거워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더 큰 이유였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슬림 폴더블폰 개발 프로젝트’에 나선 배경이다.
그 결과물이 9일 미국 뉴욕에서 공개한 갤럭시 Z폴드7과 Z플립7이다. 삼성전자는 Z폴드7 두께를 전작보다 25% 줄이고 무게도 10% 뺐다. 그러면서도 화면은 11% 키웠다. Z플립7 역시 두께(14.9㎜→13.7㎜)는 줄이고 메인 화면 크기(170.3㎜→174.1㎜)는 확대했다. 업계에선 “삼성이 폴더블폰 시장 성장을 가로막은 최대 걸림돌을 없앤 만큼 애플이 장악한 프리미엄폰 시장 점유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Z폴드7은 역대 갤럭시 Z폴드 시리즈 중 일반적 스마트폰인 ‘바(bar)’ 형태에 가장 가까운 디자인이다. 접었을 때 두께가 8.9㎜인 만큼 최신 바형 스마트폰 갤럭시 S25 울트라(8.2㎜)와 별 차이가 없다. 무게는 215g으로 오히려 S25 울트라(218g)보다 가볍다.
Z폴드7에는 2억 화소 광각 카메라와 자동으로 사진과 영상 품질을 최적화해주는 인공지능(AI) 기반 ‘프로비주얼 엔진’이 장착됐다. 그늘진 곳과 밤에도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다. 폴더블폰 약점 중 하나이던 내구성도 개선했다. ‘아머 플렉스 힌지’ 기술 덕분이다. 폴더블폰을 접고 펼 때 관절 역할을 하는 부분에 신기술을 적용해 외부 충격을 균일하게 분산시킨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적용했다. Z폴드6보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41% 향상된 최강 AP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도 각각 38%, 26% 좋아졌다. 이 덕분에 실시간 언어 번역, 생성형 이미지 편집, 개인화 추천 등 AI 기반 기능을 더욱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Z플립7에서 눈에 띄는 기능 중 하나는 ‘삼성 덱스’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형 모니터 및 키보드와 연결만 하면 스마트폰을 PC처럼 쓸 수 있도록 해준다. Z폴드엔 이미 적용됐지만 Z플립엔 처음이다.
추격해오는 중국 기업과의 격차를 벌리는 건 숙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32.9%로 1위에 올랐지만 화웨이(23.1%), 레노버(17.0%), 아너(10.4%), 비보(5.3%) 등 중국 연합군에 둘러싸여 있다. 오포가 Z폴드7과 비슷한 8.93㎜ 두께의 폴더블폰 ‘파인드 N5’를 내놓는 등 기술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내년 하반기께 애플이 폴더블폰을 내놓으면 전장은 한층 복잡해진다.
기회는 있다. 애플이 내년 하반기에야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사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중국 봉쇄 정책으로 아이폰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것도 삼성전자에 유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5일부터 Z폴드7·Z플립7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Z폴드7 256GB 모델 가격은 전작(222만9700원) 대비 6.7% 오른 237만9300원으로 책정됐다. AP 등 부품값 상승분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Z플립7 가격은 전작과 동일한 148만5000원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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