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0억 넘게 예산 쏟아 부었는데…퇴출 위기 놓인 'AI 교과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AI교과서는 교과서 지위를 박탈당하고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이날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이런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교육위 민주당 간사인 문정복 의원은 “심사숙고 끝에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며 “교육부가 출구 전략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대안을) 가지고 오시면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AI교과서 폐기 선언”이라며 반발했다. AI교과서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법안 통과 직후 공동 성명을 내고 “새 정부가 AI 3대 강국을 선언한 상황에서 정작 AI교과서가 정책의 중심에서 제외되는 현실”이라며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고용 축소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AI교과서는 학생 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기 위해 도입됐다. 올 1학기부터 초3·4학년(영어·수학), 중1·고1(영어·수학·정보)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AI교과서 전면 의무 도입을 추진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올해는 원하는 학교만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현재 전국 1만 1932개 초·중·고교 중 AI교과서를 1종 이상 채택한 학교는 지난 3월 기준 3870곳으로, 평균 채택률은 32%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AI교과서 채택률이 떨어지고, 사실상 퇴출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권 변화에 따라 교육 정책이 흔들리면서 혈세를 낭비하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는 교사 연수, 기기 구입, 인프라 구축 등으로 작년에만 5300억원 넘는 예산을 이 사업에 투입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법안 통과 이후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것에 대해서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번 개정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학교 현장의 대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AI교과서는 우리 교육을 혁신하고 진일보시킬 수 있는 매우 좋은 도구”라며 “이번 기회를 잃게 되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정책 수단과 시기를 모두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