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출신의 에르네스토 네토(61)는 여러 재료를 유기적으로 조직해 사람, 자연, 문화, 영성 사이에 깊은 연관성을 탐구하는 설치미술작가다. 파리 판테온, 뉴욕의 파크애비뉴 아모리, 취리히의 중앙 기차역 등 거대한 공간에 전시됐던 그의 작품들을 보면 ‘관계’ ‘화합’ ‘자유’ 같은 키워드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대부분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향을 맡을 수 있다. ‘선택된 소수’가 아니라 ‘모두’가 예술의 동시대성을 느끼게 하는 그의 작품처럼 관객들은 ‘참여’와 ‘놀이’를 통해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지난달 6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 재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네토의 특별전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Nosso Barco Tambor Terra)’가 열렸다. 전시 첫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랑팔레를 찾아 그의 작품을 함께 관람했다. 작품의 주요 주제인 화합, 평화, 연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네토는 그랑팔레의 핵심 공간인 유리 아트리움 ‘나브(La Nef)’의 북쪽을 자신의 거대한 작품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로 가득 채웠다. 스타킹처럼 늘어나는 폴리머 패브릭에 향신료, 모래, 조개껍데기 등 자연 소재를 집어넣어 여러 개의 셀을 만들었고, 이를 수백 개의 코튼 크로셰(코바늘 뜨개) 구조물로 감싸 늘어뜨리고, 매달고, 연결해 거대한 직조의 조형물을 일궈냈다. 조형물 내부에는 나무껍질을 깔아 놨는데 관객이 신발을 벗고 조형물 안쪽으로 들어가 곳곳에 놓인 타악기들을 치고 놀면서 자유로운 감상을 할 수 있게 해 놨다. “중력, 세계의 리듬, 지구의 생명체 등에서 영감받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관객들은 몸짓과 기억이 결합된 집단 과정으로 우림, 사원, 낙원 등 다른 차원으로 이행할 수 있었다.
전시장은 시시각각 관람객들이 내는 소리로 가득 찼다. 엇나간 박자에 몸을 싣는 노인, 젬베드럼과 탬버린으로 나름의 박자를 주고받는 커플, 주렁주렁 매달린 코튼 크로셰의 떨림에 맞춰 작은 심벌을 흔들어대는 어린아이 등 그야말로 나이와 인종, 성별을 넘나드는 소리의 숲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권의 드럼통을 소리 내는 과정에서 또 다른 만남과 대화가 이어지고, 몸짓과 춤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펼쳐졌다.
그랑팔레는 온갖 소리 생명체가 움트는 요람이 됐다. 관람객이 많아질수록 소리의 숲은 더 울창해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에서 네토는 다양성의 풍요로움과 여러 민족의 만남, 그리고 존재와 우주를 연결하는 조상들의 지혜를 담아내려 했다.
난폭한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한 민족의 생사를 좌지우지하고, 지구 이곳저곳에 이상 기후가 나타나는 요즘. 우리는 어떤 행동과 생각으로 인류를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예술적인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이 전시는 지금 우리의 모든 행동이 연결돼 있음을 화두로 던진다. 전시는 7월 25일까지.
파리=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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