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은 A씨는 최근 이런 문자를 받았다. 이달 31일까지 원금 전체나 일부를 상환하면 중도상환 수수료 전액을 면제해준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은행이 기존 대출을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라고 권하는 게 의아했다”며 “수수료 면제가 매력적이지만 다른 은행도 주담대 심사가 깐깐해져 갈아타기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이 강도 높은 ‘대출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은행권의 올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가 절반으로 줄어든 여파다. 은행들은 가동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 들고 ‘대출 회피’ 경쟁에 들어갔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힌 건 대출 규제 이후 은행들이 문턱을 대폭 높였기 때문이다. 상반기 목표 대출 공급량을 초과한 농협은행이 대표적이다. 농협은행은 이달 한시적으로 성실하게 빚을 갚는 고객에게 주담대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은행권 평균 주담대 중도상환 수수료율은 0.6% 수준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대출 지원을 위한 물량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은행이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고객에게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혜택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대출 조이기에 나선 건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은 다음달과 9월 두 달간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취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실행될 주담대를 대출모집인 채널로 신청할 수 없게 막았다.
찾아오는 손님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든 은행도 있다. 우리은행은 금리가 5년 간격으로 바뀌는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지난달 말 연 3.51~4.71%에서 이달 1일 연 3.57~4.77%로 올렸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도 주담대 대환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를 연 3.83%로 0.1%포인트 인상했다. 국민은행도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된 주담대 금리를 소폭 올렸다.
대출 심사도 더 깐깐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대출 총량 관리 지침이 내려온 뒤 대부분 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분위기”라며 “개인사업자 대출 등 주택 매수 우회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는 통로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도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 수정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목표치를 다시 제출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월별·분기별 관리 목표치 준수 여부를 직접 점검하겠다는 뜻도 밝힌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목표치를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은행 대출 문턱이 과도하게 높아져 애먼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다음달 신혼집 잔금일을 앞뒀는데 은행들의 대출 회피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이미 대출 금리가 오른 상태에서 한도 등 대출 요건이 더 나빠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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