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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동 빼고 볼게요"…아파트 덮친 '70t 천공기' 추돌 그 후 [사건사고 後]

입력 2025-07-11 11:32   수정 2025-07-11 14:32


"109동은 빼고 볼게요."

최근 들어 용인 기흥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두고 부동산 중개업자가 손님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한 달 전 인근 전철 공사 현장에 위치해 있던 천공기가 109동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부동산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그 동은 빼고 보여달라’고 말할 정도"라며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매도 자체가 어렵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사고 전후로 아파트 전체 시세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109동은 사고 이후 매매·전월세 거래가 전무한 상태다. 피해 입주자들이 결성한 '109동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장 정모씨는 "사고로 인해 세입자가 갑자기 나가버려 급하게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거나,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집주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인근에는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서천역'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공사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6일 밤 10시 13분께 경기 용인 동탄인덕원선 건설현장에서 높이 44m·무게 70t 규모의 천공기가 전도되면서 아파트 한동의 외벽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주민 긴급 대피가 이루어져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전체 60세대 중 50여세대가 아직 귀가하지 못한 채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피해 아파트는 '서천 센트럴파크원’이다. 사고가 난 109동은 실거래가 약 6억900만원 달해 단지 내에서도 가장 고가에 속하던 인기 동이었다. 해당 단지는 수인분당선 영통역이 도보 30분·SRT 동탄역이 차로 20분 이내 거리로 인접해 있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시설이 밀집해 있어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학부모 수요도 높은 실거주 중심의 지역으로 분류된다.


사고 당시 공사 현장의 항타기가 넘어지며 아파트 최상층 가구의 베란다와 외벽 일부가 크게 파손됐다. 해당 세대 외 다른 세대는 외관상 복구는 완료됐지만, 여전히 주민 대다수는 호텔이나 오피스텔 등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애완견을 돌보기 위해 하루 수차례 집을 오가거나, 4인 가족이 좁은 숙소에서 생활하는 등 심각한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아직까지 거주 복귀가 지연되는 이유는 시공사가 직접 주도한 안전 진단 결과에 대해 주민들이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공사에서 선정한 업체가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 자체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주민 측은 제3의 업체에 의한 정밀 안전 진단을 요구했다. 3차에 걸쳐 주민들이 직접 선정한 업체는 지난 8일 정밀 진단에 착수했고, 결과 보고서는 28일에야 완성될 예정이다 .

부동산 시장에서도 정밀 안전진단 결과가 향후 시세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번 사고로 공사현장이 인접한 110·111동의 거래도 끊긴 상태여서, 단지 전체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반영되고 있다.

주민들의 재산권도 문제가 된다. 사고로 금이 간 외벽은 집합건물법상 ‘공용 부분’으로 분류되며, 이에 대한 수리나 배상을 입주자대표회의가 시공사에 요청해야 한다. 반면 수도관 파열, 창문 손상 등 ‘전유 부분’을 각 세대가 직접 시공사에 보상을 요구해야 하는 구조다. 피해자들은 "시공사 측에 향후 4-5년간 하자 보수 보증서(워런티)를 아파트 매매 시 제공하도록 하거나, 지하철과 아파트가 직접 연결되는 통로를 뜷는 등의 배상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거래 정지나 시세 하락 같은 간접적 피해는 보상받기 어렵다.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사고와 시세 하락 사이의 인과관계는 법원이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기회손실이나 간접 손해는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져야 하며, 소송에서도 배상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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