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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시영이 이혼한 전남편의 동의 없이 냉동 보관 중이던 배아를 이식해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생명윤리법의 사각지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이슈를 넘어 생명윤리와 가족법, 개인의 출산 자기결정권이 복잡하게 얽힌 법적·윤리적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배아 이식 단계 동의 요건 없어 처벌 곤란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체외수정으로 배아를 생성할 때 부부 양측의 서면 동의를 명확히 요구하고 있다. 이시영 부부 역시 혼인 중 이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았다. 문제는 배아 이식 단계, 특히 이혼과 같은 중대한 신분 변동 발생 후의 동의 요건에 대해서는 법률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시영의 행위 자체를 현행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과거 유사 사례에서 전남편이 병원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지만, 법원은 전남편의 최초 동의가 공식적으로 철회되지 않았다면 병원 측이 '묵시적 동의'가 계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례에 따르면 이혼 시 배아 처리에 명시적 동의 철회를 하지 않은 개인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가 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생추정 원칙 적용 여부가 관건
민법 제844조 '친생추정' 원칙은 혼인 중 임신했거나 혼인 종료 후 300일 내에 태어난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한다.
태어날 아이가 혼인종료 후 300일 내에 태어날 경우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된다. 반면 300일을 넘어 태어날 경우 법적으로 '혼인 외 출생자'로 분류된다. 법원이 '임신'의 기준 시점을 수정이 아닌 '착상'으로 보기 때문에 친생추정 원칙이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남편이 "아빠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자발적 인지를 통해 법적 부자 관계가 성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전남편에게는 부모로서의 완전한 법적 권리와 의무가 발생한다.
양육비·상속권·친권 등 법적 의무 발생
법적 부자 관계가 성립되면 전남편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책임을 지게 된다. 이시영 배우가 친권·양육권을 가지게 될 경우 전남편은 양육비를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
자녀는 혼인 중 태어난 다른 자녀와 동등한 상속권을 갖는다. 이혼한 부모의 경우 친권·양육권은 협의로 정하고,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법원 재판을 통해 결정한다. 또한 전남편은 면접교섭권도 갖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생명공학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행 법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유명인의 사생활 문제를 넘어 가족, 동의, 생명의 의미에 대한 기존 법률과 사회적 규범의 한계를 시험하는 발화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될 권리'와 '부모가 되지 않을 권리'라는 핵심적인 윤리적 딜레마와 관련해 냉동 배아가 가지는 윤리적·생명적·법적 지위를 어떻게 규율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 I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제48회 사법시험 합격, 제40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IBK기업은행,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법무팀장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법률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故 구하라 유족 법률대리인으로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주도하여 2021년 법무부 장관상을 받았다.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동물자유연대 등기이사이자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 통합자문단 보상·보험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다수 TV 프로그램에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 대학 동기이자 법무법인 존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지상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채널 '상속언박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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