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난리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스토리 전개 중심에 있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들은 스포티파이에서 BTS의 예전 최고 기록을 넘어섰으며 빌보드 차트에서도 고공행진 중이다. ‘글로벌 신드롬’이 된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 얘기다.
첫째, 익숙한 것들의 세련된 조합이다. 상품 기획이든 문화 콘텐츠 기획이든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본래 찾기 힘든 법이다. 21세기 가장 큰 혁신 중 하나로 불리는 아이폰도 아이팟의 UX·UI, 1990년대 후반의 PDA폰과 최초 스마트폰 블랙베리의 여러 장점을 모아서 세련되게 조합해 등장함으로써 세상을 바꿨다. ‘케이팝데몬헌터스’는 극도로 현실적인 배경 위에 발칙한 상상을 쌓아 올리는 픽사 애니메이션과 그 자체로 한 편의 뮤지컬이 되는, OST 자체가 서사가 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전개방식 그리고 1990년대를 풍미한 일본 지브리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의 몽환성을 2025년의 문법과 스타일에 맞게 묶어냈다. 새로운 듯하지만 익숙함이 있고, 익숙한 듯하지만 신선하다.둘째, 유연성이다.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작품은 5년 넘는 제작 기간을 거치며 콘셉트가 계속 바뀌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K팝을 소재로 삼고자 했다가 여러 아이디어가 융합되며 애초 구상한 스토리나 콘셉트가 많이 바뀌었다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성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처음 구상한 그대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여러 의견을 수렴하며 유연하게 바뀐 것이 대부분이다. 중심은 잃지 않되 황당해 보이거나 ‘이게 맞나’ 싶은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방향을 틀 줄 아는 것. 이 시대 많은 비즈니스의 성공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지난 성공의 함정, ‘내가 맞다’는 오만함에 빠진 리더들이 이를 잘 해내는 경우가 드물 뿐이다.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은 꼭 보길 바란다. 이걸 보면서 ‘일본 제작사가 만들어 미국 플랫폼에 올라간 한국 소재 작품이라 뭔가 아쉽다’ ‘진정한 한국이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면 본인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본질 특히 트렌디하고 힙한 제품·서비스·문화 상품의 성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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