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일본에서 출간된 책 <인간관계 선 긋기 수업>은 인생을 편안하게 만드는 ‘바운더리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알려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상담가인 후지노 도모야는 모든 관계에 선을 분명하게 그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전한다. 타인의 부탁이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너무 바빠서 항상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 강자 앞에서 약해지고 약자 앞에서 강해지는 사람, 그리고 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며 사느라 자신의 욕구를 무시해온 사람들에게 ‘인간관계 선 긋기 수업’을 가르친다. 시간, 생각, 감정, 그리고 가치관 등에 분명한 자기만의 기준선을 정하고, 그 선을 쉽게 침범당하지 않는 심리 전략에 대해 알려준다.‘바운더리’란 나와 타인 사이에 있는 ‘심리적 경계선’이다. 경계선이 흐릿해지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과제의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타인의 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직장에서는 타인의 업무까지 떠맡아 번아웃에 빠진다. 타인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불필요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저자는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당신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전하면서, 누군가에게 “~을 해야 한다” 또는 “~이 옳다” 등의 가치관을 강요당한다면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하지만 저는 달라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 긋기’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자신을 아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감정 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고, 어디부터 침범당해선 안 되는지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할 수 있다고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있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필요하다. 바운더리 사고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라는 관점이다. ‘나를 지키고 존중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으려면 ‘상대방을 지키고 존중하는’ 태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이 되려는 욕심이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슈퍼맨 가면’을 쓰고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다” “힘들다” “안 된다”라는 말을 꺼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그러다가 결국 선 긋기에 실패해 자기 스스로 무너져버린다. 책은 싫어하는 마음이 든다면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전하면서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제안한다. 얽히고설킨 관계로 지치고 피곤하다고 느낀다면 간혹 ‘내 인생에 출입 금지’라는 간판을 내걸 수도 있어야 한다.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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