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글로비스가 PCTC의 자율운항 파트너로 택한 곳은 HD현대의 자회사인 아비커스다. 한 뿌리에서 나온 사촌기업이 선박·해운 시장의 미래를 잡기 위해 힘을 합친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자율운항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솔루션인 하이나스(HiNAS)를 적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협력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현대글로비스 PCTC 7척에 이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다. 대상은 글로비스 스카이, 소닉, 세이프티 등 6800~7000대를 실어 나르는 대형 선박이다. 현대글로비스가 현재 94척(임대 선박 포함)의 PCTC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적용 선박 수는 순차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NYK해운, UECC 등 PCTC 해운사들이 풍향과 해류 등 각종 데이터를 자동 분석하고 최적 경로를 제시하는 인공지능(AI) 기능을 도입한 사례는 있지만, 자율운항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건 현대글로비스가 세계 최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해운사들이 ‘똑똑한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것이라면 현대글로비스는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분석해 최적 경로뿐 아니라 연료 소모도 최소화하는 운항법을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아비커스는 2022년 2단계 시스템을 SK해운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에 적용해 대서양 시험횡단에 성공했다. 당시 세계 최초 기록이다. 이후 SK해운, 장금상선, H라인해운 등과 계약을 맺고 자율주행 시스템 적용 선박을 넓혔다. 현대글로비스 PCTC에 적용하는 기술도 2단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 무인 시스템은 아니지만 항해사들의 피로도를 낮추고 운항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아비커스와 협력해 PCTC에 3단계 이상의 자율운항시스템을 장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비커스는 올 들어 선원 없이 원격으로 선박을 제어하는 3단계 기술 개발에 본격 들어갔다. 2027년부터는 4단계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자율운항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회사의 중장기 목표인 ‘스마트물류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030년까지 물류와 해운, 신사업 등에 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정은/성상훈 기자 newyeari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