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더 이상 우리 내부에서 계엄과 탄핵으로 서로 손가락질할 필요가 전혀 없게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 당이 탄핵의 바다를 건넜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인적 쇄신이 우리 혁신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이 이 지경에 오기까지 우리 당원들을 절망하고 수치심 느끼게 한 일들이 쭉 있었다. 역순으로 하나씩 짚어보겠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감이 컸음에도 국민의힘을 찍을 이유를 제시하지 못해 대선에서 패배한 점 △대선 후보 등록 당일 새벽 3시에 후보 교체를 해서 당원과 국민에게 충격을 준 점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약속한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선출되자마자 입장을 바꿔서 당원들을 배신한 점을 꼽았다.
이어 "계엄 직후에는 국회의원 40여 명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관저에 가서 시위한 사진이 지금 박제돼 있다. 앞으로도 우리 당의 이미지를 계속 공격하고 싶은 분들의 빌미가 된다"며 "계엄 직전엔 무슨 일이 있었나. 당 대표 가족이 연루된 당원 게시판 문제를 빨리 수습하지 않고 해결하지 않아서 당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 쓰지도 못할 만큼 내분에 휩싸여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 총선 때에는 겨우겨우 국민통합 정신으로 비례대표 추천 규정(취약 지역 25%)을 넣어놨는데, 공천 과정에서 깡그리 무시하고 총선을 치렀다"고 했다. 나아가 "무엇보다도 우리 정당사에 없는 일들이 있었다. 대통령 의중만 살피느라 특정인을 당 대표로 뽑기 위해서 아예 당헌·당규를 뜯어고쳤다"며 "당심 반영 비율을 100%로, 그냥 그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서 당헌·당규를 고치고 또 한번은 특정인을 출마하지 못하게 하려고 50여 명이 연판장을 돌렸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무엇보다 대통령과 밥 먹고 술 먹고 다닌다는 얘기를 밖에서 하면서 호가호위하신 분들이 그 과정에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국정 운영이 왜곡되는 것을 방치하고 더 키웠다"며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떤 게 가장 큰 죄인가. 인적 쇄신은 그래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정말 읍참마속이란 마음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저는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더 이상 사과할 필요도 없고 반성할 필요도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당을 죽는 길로 다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라며 "탄핵 바닷속으로, 머리를 쳐들지 못하도록 당을 누르고 있다. 이런 분들이 인적 쇄신 0순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사과는커녕 당이 새로워지겠단 걸 가로막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분들은, 그냥 전광훈 목사가 광장에서 던져주는 표에 기대 정치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아마 이런 분들을 믿고 계엄을 했을 것"이라며 "저는 이런 분들이 당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과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저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혁신위 차원에서 그런 권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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