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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만 아는 아트테크"라더니…청년 울린 1000억 폰지사기

입력 2025-07-13 17:53   수정 2025-07-21 15:13


“‘미술품 재테크’가 뜬다고 해서 솔깃했던 게 사실입니다.”

직장인 최모씨(30)는 2023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미술품 중개업체 A사에 40회에 걸쳐 3억원을 투자했다가 고스란히 떼일 위기에 놓였다. 그는 “미술품 전시와 경매에 관심이 있다”며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핫하다는 얘기를 듣고 투자하고 싶던 와중에 이 회사를 알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술품에 투자해 돈을 버는 이른바 ‘아트테크’(아트+재테크)를 앞세워 고수익을 약속하고 투자금 수백억원을 가로채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망 아트테크 기업인 양 행세해 투자자를 모은 뒤 잠적하는 식이다. 이색 투자를 선호하는 2030 젊은 층이 사기의 타깃이 되면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 수백억원대 ‘아트테크’ 사기 잇달아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고수익, 원금 보장을 내걸고 투자금을 모은 뒤 돈을 돌려주지 않은 미술품 중개업체 A사 대표 B씨와 모집책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불법 금융상품 판매) 혐의로 수사 중이다. B씨는 출국금지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고소장 150여 건이 접수되자 강남서는 최근 서울 삼성동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 법인 계좌에는 최소 6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A사는 지난해 말부터 ‘건물 매각 지연’ ‘전산 오류’ ‘계좌 가압류’ 등의 이유를 들어 투자금 변제를 미루고 있다.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식 폰지(다단계) 사기 수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B씨는 폰지 사기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경 질의에 “매출을 늘리려고 노력했으나 돌려막기를 부정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유사수신 혐의에는 “투자자들과 단순 차용 계약을 맺은 것이며 모집책들이 독단적으로 금융 상품이라고 홍보한 것”이라고 답했다.

절세 효과와 일부 작품의 고가 낙찰 사례로 미술품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아트테크 사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2019년 3812억원에서 2023년 8696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갤러리K, 지웅아트갤러리, 서정아트센터 등의 유사 아트테크 사기가 연달아 발생했다. B씨가 직원으로 근무한 갤러리K는 미술품 소유권 조각 투자를 내세워 1000억원대 투자 사기를 벌였다. 미술품을 활용한 간접광고(PPL)와 전시 대여 수익을 앞세운 지웅아트갤러리 사건은 지난 3월 1심에서 주범에게 징역 23년형이 선고됐다.
◇ 투자 경험·여력 부족한 젊은 층 타깃
아트테크 사기 피해자는 2030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게 특징이다. 투자 경험과 여력이 부족한 젊은 층에게 ‘소액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해 돈을 가로채기 쉽기 때문이다. A사 모집책들도 SNS DM으로 2030세대에게 주로 접근했다. 미술품·부동산 사진과 사업 소개서를 보여주며 신뢰를 쌓았다. 이후 “최소 연 6%에서 최대 16%의 수익을 보장하는 채권 상품”이라며 투자를 유도했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모집책들은 정식 보험 상품까지 함께 판매하며 “VIP에게만 알려주는 원금 보장형 금융 상품이며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1억원을 뜯긴 20대 김모씨는 청년희망적금을 해지하고 1금융권 대출까지 받아 A사에 투자했지만 원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모집책들이) 갤러리, 호텔 등 부동산만 여섯 곳 있다고 설명했다”며 “미술품 투자 경험담을 들려주며 수억원의 차익을 낸 사람도 많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지훈 법무법인 심앤이 변호사는 “미술품 자체가 나쁜 투자 대상은 아니지만 연 10% 이상 수익을 보장한다면 정상 금융상품일 수 없다”며 “금융 지식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등을 노린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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