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이 대미(對美) 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 등 안보 사안을 연계하는 이른바 ‘패키지 딜’ 협의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나섰다.
전작권 전환 문제가 자칫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한미군 감축 주장의 명분을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우리 측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사진)은 13일 “한·미 간에 진행되고 있는 전작권 전환 협의가 전혀 없고, 개시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새 정부 들어 협의를 개시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위 실장이 지난 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마치고 귀국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작권 전환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작권 전환) 추진을 한다. 그 문제가 안보 협의 속에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한 데서 보다 진전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은 당초 전작권 전환에 대해 “미측과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었다.
우리 측은 미국에 통상·투자·구매·안보를 아우르는 ‘패키지 딜’을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압박 속에 미측이 원하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논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참여, 조선업 협력 등까지 포괄적으로 다루자는 취지다.
이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을 낮춰 우리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산업 측면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주한미군 역할 변화 기류와 맞물려 전작권 전환 문제가 급부상했다. 방위비 분담 논의에서 나아가 전작권 전환까지 패키지 딜 논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에 위 실장은 “전작권은 관세나 안보 협의의 카드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작권 전환 문제를 우리가 먼저 공론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가안보실 출신 전직 관료는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전작권까지 우리 군이 가져오겠다고 하면 미국에 주한미군 감축의 빌미를 주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덴 콜드웰 전 미 국방장관 수석고문은 최근 주한미군의 지상 전투병력 대부분과 2개 전투비행대대를 철수하고, 2만8500명인 병력 규모를 1만 명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문가는 “전작권 전환은 이재명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고, 역내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희망하는 트럼프 행정부도 바라는 바일 수 있어 우리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없다”며 “자칫 미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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