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로 지내다가 뒤늦게 회사에 다니던 아들이 ‘알바만 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다시 백수가 됐습니다. 저보다 한 살 많은 언니도 실업급여를 받더니 이제는 일하기가 무섭다고 합니다. 실업급여를 이렇게 많이 주는데 누가 일하려고 하겠습니까.”
지난달 20일 국민신문고에 “실업급여 제도를 바꿔달라”며 올라온 민원인의 하소연이다. 일반 국민조차 실업급여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역효과를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제도 개선 논의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돼 최저임금과 연동된 실업급여 지출액이 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갈 위기에 빠진 고용보험기금을 안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 1만30원보다 290원(2.9%) 오른 1만320원으로 결정돼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일액, 8시간 기준)도 6만4192원에서 6만6048원으로 상승한다. 6만6000원인 실업급여 상한액을 역전하는 셈이다. 이는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실업급여 하한액은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이 치솟으면서 함께 급등했다. 2017년 4만6584원이던 일일 하한액은 최저임금이 2년 연속 급격하게 오르며 2018년 5만4216원, 2019년 6만120원으로 상승했다. 상한액도 2017년 5만원에서 2018년 6만원, 2019년 6만6000원으로 급등했다. 상한액은 재정 부담 우려에 2019년 이후 6년간 동결됐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된 하한액은 그 이후로도 계속 증가했다.
내년엔 실업급여 월 최소 지급액(30일, 하루 8시간 기준)이 192만5760원에서 198만1440원으로 6만원가량 오른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4대 보험료와 소득세 등 세금을 공제하고 손에 쥐는 실수령액(약 186만1000원)보다 많다. 근로 유인을 떨어뜨려 실업급여 신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업급여 상·하한액이 모두 오르다보니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재정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5월 기준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 수지는 1584억원 적자다. 적립금은 3조4357억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을 제외하면 4조2851억원이나 마이너스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도 오는 16일 열리는 인사청문회 사전 답변서에서 “반복 수급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덕적 해이나 제도 남용 방지책을 마련하기보다 ‘보호’에 방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과 관련해 현행 최저임금 80% 연동 기준을 70% 수준으로 낮추거나 연동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업급여에 혈세를 투입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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