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지배구조 개혁’이다. 새 정부는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지배구조 개혁은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은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가 오히려 지배구조 개혁 초기 단계에서 더욱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2025년 초 이후 횡보하던 시장 지수가 4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급락한 이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코스피 우선주 지수는 37.6% 상승하며 코스피 지수(29.9%)를 압도하는 회복 탄력성을 보였다.
그렇다면 우선주는 왜 지배구조 개혁 모멘텀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답은 배당과 연관된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금과 잔여 재산 분배에 우선적 권리를 가진다. 같은 배당금을 지급받더라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거래돼 배당수익률이 보통주보다 높다는 점이 우선주의 가장 큰 투자 매력이다.


배당 확대 기대감으로 상승 랠리
예컨대 주당 1만 원인 보통주가 300원의 배당금을 줄 경우 배당수익률은 3%지만, 같은 배당금을 받는 우선주가 6000원이면 배당수익률은 5%로 높아진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은 우선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지배구조 개혁 기대감에 가장 강력하게 반응한 섹터는 지주사다. 올해 초부터 주요 지주사들은 상법 개정 기대감과 맞물려 강한 상승 랠리를 펼쳤고, 특히 우선주들의 성과가 보통주를 앞섰다. 두산의 경우 보통주가 98.6% 상승하는 동안 두산우는 157.6%, 두산2우B는 무려 246.7% 상승하며 두드러진 초과 성과를 기록했다. 한진칼 역시 보통주가 52.5% 상승할 때 우선주는 87.9% 상승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권의 밸류업 프로그램 당시에도 현대차 우선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로 외국인 지분율이 급격히 증가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선주가 주주 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될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투자 대상임을 입증한다.
지배구조 개혁 조치 때마다 초과 성과
돌이켜보면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정권마다 꾸준히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진행돼 왔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3법,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법안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각 행정부에서 제도적 개혁이 있을 때마다 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초과 성과를 기록했다.
실제로 각 지배구조 개혁의 초기 모멘텀 50거래일(T+50) 동안 코스피 우선주는 밸류업 프로그램 당시 11%, 공정거래 3법 당시 28.5%, 스튜어드십 코드 논의 당시 8.3% 상승하며 코스피 지수를 각각 큰 폭으로 앞질렀다. 이러한 반복된 현상은 투자자들이 주주 환원 확대를 기대하며 우선주에 선제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배당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배당소득 증대세제’ 사례는 현 시장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2014년 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 세제는 시장 평균 대비 높은 배당을 실시하거나 배당금을 증가시킨 상장 기업의 배당소득에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구체적으로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의 120% 이상이면서 총 배당금이 10% 이상 증가하거나, 시장 평균의 50% 이상이면서 총 배당금이 30% 이상 증가한 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 세율을 기존 14%에서 9%로 인하했다.

이 제도 시행 기간(2015~2017년) 동안 코스피 전체 현금배당 총액은 2014년 약 155억 원에서 2017년 258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배당소득 분리과세’(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법안은 당시의 배경과 매우 유사하며, 이로 인해 고배당 및 배당성장 종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선주 투자를 할 때 중요한 전략은 시장 규모와 유동성을 갖춘 대형 우량 우선주 중심으로 선별하는 것이다. 우선주는 발행 주식 수가 적어 거래 유동성이 낮을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이 충분한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단순한 고배당보다는 본업의 경쟁력이 뛰어나고, 자회사의 안정적인 수익이 뒷받침되는 지주사와 같이 배당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발행 주식 수 적어 유동성에 주의해야
한편 개별 종목 투자가 부담스러운 투자자에게 가장 손쉬운 우선주 투자 방법은 우선주 상장지수펀드(ETF)다. 국내 시장에 상장된 대표적인 우선주 ETF인 타이거(TIGER) 우선주는 코스피 우선주 지수를 추종하며 시장 규모, 유동성, 배당 실적이 뛰어난 우량 우선주들로 구성돼 있다. 최근 1년간 TIGER 우선주 ETF의 분배율은 3.18%로, 일반적인 코스피 ETF(1.67%) 대비 2배 가까운 분배금을 제공했다. 또한 최근 상법 개정 기대감으로 우선주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지면서, TIGER 우선주 ETF는 최근 3개월간 25.6% 상승하며 같은 기간 시장을 큰 폭으로 초과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지배구조 개혁 모멘텀이 본격화된 지금, 투자자들은 우선주를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전체 주주의 이익’으로 확대되고,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행사가 엄격히 제한되면서 일반 주주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호되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됐다.
앞으로 적극적인 주주 환원 확대와 배당 증가가 기대되는 만큼 우선주는 장기적인 안정성과 투자 매력을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며 우선주 투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 전략이 될 것이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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