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부 송금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연간 최대 1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자결제기업인 네이버페이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1조원 가까운 이익을 추가로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글로벌 생산과 유통망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의 국경 없는 내부 결제 통화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용 절감을 노리는 일반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활용 유인이 클 것이라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 내부에서 자금을 이체할 때 본사와 해외 자회사 또는 해외 법인 간에 외화 송금이 이뤄진다. 이때 달러 등 외화를 매수하고 매도할 때 환전 비용(FX스프레드)과 중개 은행 수수료 등 여러 간접 비용이 발생한다. 거래 건수가 많을수록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자금이 도착할 때까지 수일 걸리기 때문에 자금을 즉시 활용하지 못하는 기회비용도 작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환전 비용은 사실상 사라진다. 거래 수수료 역시 송금 규모에 상관없이 1달러 수준이다. 환전과 중개 절차 없이 실시간으로 자금을 이체할 수 있다 보니 자금 운용의 비효율도 줄어든다.이번 분석에서는 환전 비용을 0.03~0.1%, 송금 수수료는 건당 25달러로 가정했다. 인건비와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을 포함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의 운영비는 연간 500만달러로 추정했다. 그 결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FX스프레드와 송금 수수료 등의 부담이 사실상 사라져 연간 최대 1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대기업일수록 효과는 훨씬 클 것이란 설명이다. 강 교수는 “국내 대기업의 ‘디지털 달러’ 도입이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내부 결제에 도입한 기업이 나오고 있다. JP모간은 자사 기관 고객 간 송금에 JPM 코인을 활용하고 있다. JPM 코인은 고객이 예치한 달러를 기반으로 발행하는 폐쇄형 스테이블코인이다. 하루 거래 규모는 10억달러에 달한다. 아마존, 월마트 등 미국 주요 유통 대기업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공개했다. 마진이 낮은 유통업계에선 결제 비용 절감 효과가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실익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민간 참여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술력과 활용처를 갖춘 민간 기업이 배제된 채 은행 중심으로 제도가 설계되면 시장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발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서형교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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