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5일 11: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외 투자자 20여 곳이 몰리며 치열한 인수 경쟁을 벌인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생 운용사인 볼트자산운용이 선정됐다. 그동안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않던 운용사인 만큼 인수 배경을 두고 금융투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전날 연지동 사옥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볼트자산운용을 선정했다. 볼트자산운용 측이 제시한 매입 의향가격은 4000억원대로 알려졌다. 당초 매도인 측이 희망했던 3000억원 중반대 가격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말 진행된 입찰에 국내외 투자자 20여 곳이 몰린 데 이어 막판까지 치열한 인수 경쟁이 벌어지면서 최종 제안 가격도 크게 뛴 것으로 풀이된다.
볼트자산운용은 대형 증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숏리스트에 오른 11개 투자자 가운데 최고가 수준의 매입확약서(LOC)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거래에서 이름이 거의 등장하지 않은 운용사인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선정 결과를 두고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볼트자산운용은 옛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출신 창립 멤버들이 2019년 설립한 운용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및 옛 파빌리온자산운용(현 교보AIM자산운용) 출신 부동산 운용인력 등이 합류해 현재 12명의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설립 당시 회사명은 '파운트자산운용'이었으나, 작년 6월 '금고'(vault)를 의미하는 볼트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볼트자산운용은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를 표방하지만, 일반적인 사모 운용사와 다르게 기관투자가를 상대로만 거래를 해오면서 리테일 시장에선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누적 운용자산(AUM)은 6500억원 규모로, 이중 부동산 펀드는 3000억원을 차지한다.
볼트자산운용은 이번 인수전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안정적인 거래 구조를 만들어 매도인 측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증권사는 볼트자산운용이 설정할 부동산 펀드의 수익증권을 총액인수 하는 구조를 제시하는 한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이른 시일 내에 투자확약서(LOC)를 발급하는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했다.
아울러 매도인인 현대엘리베이터가 부동산 펀드의 2종 수익증권 수익자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되, 동종 수익증권에 공동 투자할 투자자의 투자의향서(LOI) 발급도 사전에 완료했다. 만일 매도인이 2종 수익증권 투자자로 들어오지 않는 경우 증권사가 단일 투자자 구성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열어두는 등 유연하게 거래 구조를 설계했다는 평가다.
연지동 사옥의 개발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최적의 거래 조건을 제시한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명 설계사무소와 협력해 자산 가치 증대 방안에 대해 초기 검토를 수행했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 건축 인허가 등 필요 절차를 선제적으로 착수할 수 있도록 용역업체와 용역 조건 등을 조율해 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볼트자산운용이 제안한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선정일 이후 빠른 속도로 세부 조율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르면 9월 내로 소유권 이전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992년 준공된 연지동 사옥은 지상 최고 16층, 2개 동, 연면적 5만2470㎡ 규모다. 현대그룹은 2008년 이 건물을 인수해 그룹 사옥으로 사용하다 2012년 유동성 악화를 겪으며 코람코자산운용에 매각했다. 2017년 2500억원에 재인수했으나, 8년 만에 다시 자산 배치 효율화 차원에서 매물로 내놨다.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 계열사는 매각 후에도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연지동 사옥에 남게 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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