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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주식’의 시대…밸류업 올라타는 6가지 방법

입력 2025-08-04 10:56   수정 2025-08-11 08:11

[커버스토리]



2025년 한국 자본시장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최근 주식 시장의 반등은 단순한 실적 회복이나 유동성 확대 때문이 아니다. 물론 글로벌 금리 피크아웃(peak-out) 기대와 반도체 업황 회복이 배경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제도’에 기반한 신뢰 회복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

시장 전반에 걸쳐 리레이팅(재평가) 기조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 흐름은 일시적인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조적인 제도 개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외형적 실적보다 내재된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동력에 의해 재평가가 이뤄지는 시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 변화가 이끄는 리레이팅의 시대



한국 시장의 만성적 저평가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이 낮아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익 수준에 비해 할인된 밸류에이션이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그 원인은 더 깊은 구조에서 찾아야 했다. 그동안 우리가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본질은 낮은 수익성이 아니라,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 자사주의 편법 활용, 배당 기피, 불공정한 합병 비율, 이사회 견제 기능의 부재 등 기업의 ‘행태’에 있었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예측 가능성’과 ‘주주 환원 확실성’이 낮은 시장으로 인식돼 왔으며, 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번번이 좌절되는 구조적 한계로도 이어졌다.



이러한 고리를 끊을 실질적인 제도 변화가 드디어 마련되고 있다. 지금 한국 시장에서는 ‘밸류업(value-up) 혁명’, ‘지배구조(governance) 혁명’, ‘기업 가치(value re-rating) 혁명’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촉발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바로 상법 개정이라는 강력한 제도적 트리거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법조계나 정책 전문가들만의 논의가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의 투자 전략, 수급 구조, 자산 배분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지형 변화다.



이번 상법 개정은 이사회를 견제하거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단순한 제도적 장치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표면적으로는 소수주주 보호와 기업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입법이지만, 그 본질은 경영진의 ‘책임 범위’와 ‘의사결정 기준’을 구조적으로 재설계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와 모든 주주 전체’로 확대됐다. 다시 말해, 이사의 의사결정이 특정 계열사, 최대주주, 또는 지주회사의 이익에만 치우쳐서는 안 되며, 소액주주를 포함한 주주 전체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이 명확히 제시된 것이다.





지배구조 개혁, 선언에서 실행으로

이러한 변화는 상징적이거나 선언적인 수준이 아니다. 상법에 명문화됐다는 것은 향후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법적 책임과 직결될 수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사주 매입, 배당 정책, 기업 인수합병(M&A), 회사 분할 등 주요 자본 정책에서 경영진은 이제 단순한 경영 효율성이나 지배력 강화만을 이유로 삼기 어렵게 됐다. 자사주를 매입하고도 소각하지 않은 채 최대주주 지배력 유지에 활용하거나, 부당한 비율로 합병을 추진하는 등의 행위가 '모든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직접적인 법적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은 주주 권한 강화라는 외형적 명분을 넘어, 사실상 한국 기업의 행동 양식을 근본부터 바꾸는 제도적 유인이자 강력한 신호다. 시장참여자 입장에서는 이제 ‘이익 증가’만큼이나 ‘행태 변화’가 주가 리레이팅의 핵심 요인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라, 시장 구조를 바꾸는 일종의 ‘게임의 룰 변경’이며, 과거와는 차별화된 평가 기준이 적용되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사실 그동안도 한국 시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지배구조 개선 시도가 존재해 왔다. 2018년 이후 본격화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공시 강화, 국민연금의 의결권 적극 행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가이드라인 제정 등은 모두 그러한 흐름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선언적 수준에 그치거나, 제도적 구속력이 부족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예컨대,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도 결국 기업 경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해외 행동주의 펀드 역시 국내법의 보호 범위 밖에서 활동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러한 시도들을 ‘하루살이 이슈’ 정도로 치부했고, 장기 투자자들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다.



이번 상법 개정이 갖는 차별성은 바로 ‘실질적 실행력’에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경영진의 의사결정 기준을 바꾸고, 이에 따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시도들과 궤를 달리한다. 특히 충실의무 확대와 함께 개정된 전자투표 의무화, 그리고 추가 논의 중인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은 제도적으로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제도권 안에 포함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더 이상 주주 가치 훼손이 ‘무책임한 선택’으로 넘어갈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의사결정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곧 투자 전략으로 연결된다. 단순히 법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이 그 제도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나가는가에 따라 새로운 투자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특히 상법 개정이라는 제도적 변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투자 테마가 됐으며, 이는 ‘밸류업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새로운 투자 기회를 잡아라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전략은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다. 자사주 보유율이 10% 이상이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미만인 기업들은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되지만, 이번 제도 변화 이후에는 단순한 밸류 종목이 아닌 ‘구조적 리레이팅 후보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이 개선되고, 이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과 PBR 정상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연초 이후 백테스트를 수행한 결과, 코스피 대비 괄목할 만한 초과 수익률이 발생했다. 이는 단기 이벤트성 반등이 아니라, 수급 개선과 시장 기대치 변화가 결합된 구조적 랠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두 번째 전략은 ‘배당 과소 추정’ 기업(실제 배당 여력이 충분하지만 시장에서 배당을 낮게 추정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집중이다. 한국 기업 중에는 충분한 잉여현금흐름(FCF), 양호한 ROE, 대규모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 성향이 낮은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배당 확대가 주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었고, 일부 기업은 배당보다 내부 유보를 선호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의 배당 분리과세 유인, 공시 강화 정책, 국민연금의 배당 요구 등 정책적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상법 개정은 경영진이 ‘왜 배당하지 않는가’에 대해 법적 정당성을 설명해야 하는 구조로 바꿔놓고 있다.

세 번째 전략은 자산 재평가 테마다. 특히 중소형주 중에서는 투자 부동산이나 장기 보유 유휴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부 가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저평가 상태에 있는 기업들이 많다.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의 공정 가치 평가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상장사에 대한 공시 투명성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숨겨진 자산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리츠(REITs) 전환을 고려하는 기업이나, 유휴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매각해 현금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단순히 ‘부동산 재벌’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됐던 기업들이 이제는 ‘보유 자산 재평가에 따른 자산주’로 분류되며, 기업 가치의 재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산 가치를 본질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던 기존 밸류에이션 모델들이 상법 개정 이후 기업의 자산 운용 방식 변화에 따라 수정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네 번째는 우선주 상대 모멘텀 전략이다. 특히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수익률이 높은 비지주 계열 우선주들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라는 두 가지 정책 축이 결합되면서, 우선주의 투자 매력은 이전보다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고배당 우선주는 Z-스코어(Z-score) 기반의 통계적 모멘텀 전략에서도 강력한 성과를 시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ESG 배당지수, 인컴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핵심 구성 종목으로 편입되며 유동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배당 안정성이나 유동성 측면에서 외면받았던 우선주가 이제는 오히려 대주주의 배당 의지와 자사주 소각 기대를 반영하는 대표적 프록시(proxy)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특정 기업의 보통주가 이미 리레이팅됐을 경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우선주를 통해 간접투자 하는 방식도 유효하다.

다섯 번째는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기업이다. 자사주 보유 비율이 최대주주 지분보다 높은 경우, 자사주가 소각될 경우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행동주의 펀드나 사모펀드 등의 외부 세력이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경영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로 연결될 수 있으며, 실질적인 경영권 방어 부담이 생긴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텔코웨어, 신성통상 등은 자사주 비율 이슈가 부각되면서 상장 폐지 결정, 혹은 공개 매수 제안으로 이어졌고, 이는 단기 이벤트 트레이딩 관점에서의 유의미한 투자 기회로 작용했다. 제도 변화로 인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위협 요인이자 동시에 투자 아이디어의 기회 요인이 되는 것이다.

여섯 번째 전략은 자사주 매입 공시에 기반한 이벤트 드리븐 전략이다. 2025년 들어 자사주 매입 공시는 단순한 뉴스 이벤트가 아닌 실질적 수급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형주에서는 실제 매입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매입 이후 소각 여부가 언급됐는지에 따라 주가의 민감도가 달라지고 있으며, 중소형주에서는 공시 자체만으로도 강한 수급 반응을 유발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동 주식 수 대비 신고 주식 수 비율이 높을수록 수급 개선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되는 구조다. 상법 개정 이후에는 이러한 자사주 매입이 단순한 주주 환원 차원을 넘어, 향후 소각 가능성과 연결돼 보다 장기적인 리레이팅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사주 매입은 이제 단순히 ‘사라지는 주식’이 아닌, 기업의 의사결정과 주주 환원 철학을 반영하는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

외국인 자금 복귀, 신뢰 회복의 신호탄

이런 일련의 제도 변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을 바꾸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누적 약 38조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2025년 5월 상법 개정이 정치권 및 정책 라인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이후 실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외국인의 자금 흐름도 변화했다. 6월 이후 약 4조 원가량의 순매수 흐름이 나타났으며, 특히 지배구조 개편 수혜가 예상되는 지주사, 보험, 증권 업종 등에서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는 단순히 금리나 이익 증가에 따른 매수라기보다는, 한국 시장의 구조적 개선 가능성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자금은 제도를 보고 움직이며, 신뢰는 자금을 부른다. 자금이 몰리는 곳에 시장의 방향성과 주도주가 형성되는 것은 자본시장의 기본 원리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한국 자본시장은 단순한 경기순환 반등의 시점이 아니다. 상법 개정이라는 제도 변화는 단기 이벤트로 소비될 사안이 아니라, 기업의 행태와 시장의 평가 기준 자체를 근본부터 바꾸는 전환점이다. 그로 인해 주주의 권리는 확장되고, 경영진의 책임은 명확해지며, 기업 행동은 이전보다 훨씬 더 시장 친화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상법 개정을 기점으로 한국 자본시장은 그간 반복돼 온 선언적 구호나 단기 이벤트성 이슈에서 벗어나, 제도에 기반한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오랫동안 지적해 왔던 기업의 비효율적 행태(자사주의 지배력 유지 수단화·배당 기피·불공정한 합병 구조 등)가 이제는 제도적으로 제어되고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 전체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됐다는 점은,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이 더 이상 내부 논리나 지배구조상의 권력 유지에만 근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자사주 매입, 배당, 분할, 합병 등 자본 정책 전반에 걸쳐 경영진은 이제 ‘주주 전체의 이익’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따라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르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법 조항의 변화가 아니라, 향후 한국 기업의 행동 양식, 이사회 역학,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경영의 패러다임 자체를 재설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우리는 지금 '밸류업 혁명', '지배구조 혁명', '기업 가치 혁명'이라는 세 가지 커다란 변화의 교차점에 서 있다. 이는 과거처럼 특정 업종이나 종목을 추종하는 단순 테마 투자가 아니라, 제도 변화로 인해 구조적 리레이팅이 가능한 기업을 발굴하는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상법 개정이 이끈 기업 행태의 변화는 시장의 밸류에이션 프레임 자체를 바꿔 놓고 있으며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주주 가치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구간으로 접어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 외국인 수급 개선, 정부의 정책적 후속 조치 등은 이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이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적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우리는 ‘할인(discount)’이 아닌 ‘프리미엄(premium)’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가 주어진 지금, 이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의 투자 성과가 달라질 것이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퀀트·ESG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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