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108.62
(8.70
0.21%)
코스닥
915.20
(4.36
0.47%)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블랙리스트' 이름 올랐던 전공의 "병원 그만둬야 하나" 불안

입력 2025-07-15 10:31   수정 2025-07-16 15:03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정 갈등 발발 17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전원 학교 복귀'를 선언했다.

교육 당국과 대학들은 수업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전공의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병원에 남았던 전공의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 A 씨는 14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이번 의정 사태에서 저는 처음부터 병원에 남아있던 전공의다"라고 운을 뗐다.

A 씨는 "교수님께서 저까지 빠지면 중환자실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에, 끝까지 남기로 결정했다"면서 "같이 나간 동기들과 선후배들의 선택이 아쉽기는 했지만, 사람마다 입장과 사정이 다를 수 있기에 존중했고, 그저 빨리 잘 마무리되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랐다"고 했다.

이어 "그러던 중, 친한 동기로부터 제 이름이 의사 커뮤니티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가입해 확인했다. 저에 대한 게시글에는 교묘한 허위 사실이 적혀 있었고, 수십 또는 수백 개의 댓글엔 온갖 욕설과 비하가 담겨 있었다"면서 "얼굴 평가, 조롱, 인신공격이 좋아요 수천 개를 받은 글로 퍼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다른 분들은 얼굴 사진까지 올라오는 상황도 있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니 다행이다'라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그 이후로 며칠 밤에 잠 못 이루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나중엔 블랙리스트라는 문서에도 제 이름이 올라 있었고, 그 옆엔 사실이 아닌 허위 정보들로 가득했다"고 회상했다.

A 씨는 "혹시라도 병원 누군가가 그걸 봤다면, 나를 다르게 보기 시작하진 않았을까, 오해하진 않았을까 싶어 정말 불안하고 죽고 싶었다"면서 "처음엔 '쉬고 싶었는데 잘됐다'라며 저에게 '고생하라'고 웃으며 말했던 동기들이 점차 연락을 끊기 시작했고, 항상 함께였던 자리에도 저만 빠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렇게 된 걸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는 묵묵히 환자만 보며 버텼다.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고, 새로 오신 간호사 선생님들과 함께 의정 사태 이전만큼 수술과 입원 환자 수를 회복했을 때는 스스로 조금 뿌듯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가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 전공의 복귀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그는 "뉴스가 나오고 나서부터 심장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면서 "잠도 잘 오지 않고, 손이 떨리고, 마음이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님들께서는 '다른 동기들 복귀하냐'고 자주 물으시고 저는 늘 씁쓸하게 '모르겠다'고만 답한다"면서 "최근엔 이제 전공의들 돌아오면 좀 제가 편해지겠다며 고생 많았다고 하시는데 그 말씀이 어찌나 야속했는지 모른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는 환자보고 일하는 게 정말 좋아서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그들이 다시 돌아오면 이 병원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대학 측은 예고 없이 이뤄진 복귀 선언에 이미 수업 중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면서도 학칙 개정 등 교육부 차원의 학사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차영아 교육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의대생 학사 유연화 방안과 관련해 "현재 학사 유연화를 한다, 안 한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며 상황을 신중히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수업을 거부한 여파로 1학기 유급 및 제적 대상이 된 학생들이 다시 수업에 참여하려면 학칙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의대가 진급 요건으로 수업 시수를 40주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복귀한 학생들이 진급하려면 이에 맞는 학사 조정이 필요하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계절학기, 온라인 수업, 주말 수업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될 것으로 보이며, 기존 복귀생들과 새로 복귀하는 학생들의 수업 진도를 어떻게 맞출지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2일 복귀 선언 당시 "교육과정의 압축이나 날림 없이 방학, 계절학기를 활용해 수업의 총량 감소 없이 교육받게 해달라"며 "이는 학사 유연화나 특혜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수업 진도를 맞추기 위해 학사 유연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수 인력 확충이나 강의실 확보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의대 학장들 사이에서도 이번 복귀 결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블랙리스트 명단을 해외 사이트에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직 전공의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지난달 12일 스토킹처벌법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직 전공의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공의 B씨는 방조 혐의가 인정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원색적인 비난과 협박성 게시물을 반복해 악의적 공격을 이어갔다"며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대인기피, 공황장애, 가족에 대한 불안 등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