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6일 14: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때 오피스는 '짓기만 하면 팔리고, 시세만 맞추면 임대가 되는' 안정적인 투자 상품이었다. 수요만 충분하다면 어떤 오피스라도 시장에서 소화되었고, 자산 간 경쟁력 차이 역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노후화된 기존 자산은 신축 오피스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고, 단순 임대 수익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는 단지 건축 연한의 문제가 아니라, 오피스를 바라보는 수요자의 시선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오피스 경쟁력의 기준을 '입지와 임대료'에서 '경험과 가치'로 이동시켰다. 과거에는 회의실 하나 증설하는 것도 부담이었지만, 오늘날 프라임급 오피스에서는 라운지, 공유공간, 스마트오피스 시스템, 호텔식 서비스 등이 기본 요건이 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하여, 오피스를 단순 자산이 아닌 기술과 서비스가 결합된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주거 부동산에서 먼저 나타난 흐름과 유사하다. 한때는 '짓기만 하면 팔리는' 아파트였지만, 브랜드, 커뮤니티, 특화설계 등 사용자 맞춤형 요소가 경쟁력이 되면서 주거 자산도 고도화되었다. 오피스 역시 같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더 복잡한 제약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소형 오피스 자산은 사용자 편의시설 확보에 물리적·경제적 한계를 안고 있어, '건물 내부'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제는 오피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핵심은 오피스 외부의 자산이나 서비스를 결합해, 입주사와 그 임직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피스 내부에 모든 것을 구축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외부 혜택을 멤버십으로 연계하는 것이 대안이다.
예를 들어, 미국 허드슨야드를 개발한 릴레이티드(Related)는 오피스 입주사 직원들에게 헬기 이동 서비스(BLADE), 고급 골프장 멤버십(리버티 내셔널) 등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는 전략이다.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입주사의 생산성과 장기 입주를 유도한다.
이처럼 고급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오피스와 임대주택의 결합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최근 크래프톤이 직원 복지를 위해 기숙사를 검토한 사례처럼, '직장인 주거'를 업무공간과 연계하는 구조는 기업에게는 인재 확보·유지 전략이 된다. 부동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피스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증가하는 1인 직장인 가구를 겨냥해, 오피스 임대인이 주거 혜택을 멤버십으로 제공할 경우 입주 기업은 직접적인 비용 부담 없이 직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입주의사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임대주택은 투자자 입장에서 여전히 단독 상품으로는 수익성에 한계를 가진다. 서울 내에서는 고원가 구조로 인해 적정 월세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이는 실수요자에게 부담으로 전가된다. 하지만 오피스와 전략적으로 결합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피스는 주거를 통해 사용자 편의를 확대하고, 임대주택은 오피스를 기반으로 고정 수요를 확보한다. 양쪽 자산 모두의 상품성과 투자성이 함께 개선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결국 임대주택의 높은 원가는 단독 투자의 걸림돌이다. 그러나 오피스와 전략적으로 결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임대주택은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오피스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는 각각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낸다.
예컨대 오피스 입주사에 주거공간의 우선 이용권이나 멤버십을 제공하는 방식은 단지 공간을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직장인의 '삶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전략이 된다.
물론 이러한 결합에는 넘어야 할 장벽도 있다. 자산 소유 구조의 분리, 서로 다른 운영 방식, 펀드 구조의 제약 등 복잡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라 기획과 설계의 문제다. 펀드 구조, 운영 방식, 임대차 계약 조건, 멤버십 프로그램 구성 등에서 전략적인 설계가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복합모델이다.
임대주택과의 결합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핵심 사용자인 직장인의 시간과 경험을 중심에 두고, 오피스를 둘러싼 생태계를 입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의 방향이다.
'플라이 투 퀄리티(우량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는 오늘날, 단순히 더 좋은 오피스를 짓는 것만으로는 수요를 끌어오기에 부족하다. 오피스는 이제 단순한 공간이 아닌 '일과 삶의 연결'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모든 기능이 한 건물 안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오피스 외부 자산이나 서비스와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오피스 자산이 투자 상품으로서 다시 시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넓은 시야다. 공간의 고급화보다 중요한 것은 직장인이라는 핵심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실질적인 답변이다. 이제는 오피스 자체가 아니라, 오피스를 중심으로 '일과 삶'을 아우르는 생태계 전체를 기획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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